<창원큰들 정기공연>에 우정출연한 일본 간다 유키상의 블로그 글 > 자유게시판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창원큰들 정기공연>에 우정출연한 일본 간다 유키상의 블로그 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큰들 작성일2016.10.28 조회4,671회 댓글0건

본문


아래글은 <2016 창원큰들 11주년 정기공연>때 일렉톤 연주로 우정출연해 주신

일본의 간다 유키상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입니다.

http://www.yksonic.com/life/archives/486

 

한국, 베토벤 제9합창 공연을 마치며

7※※

크기변환_image-1.jpg


해외 공연에서는 항상 불안정한 요소나 변수가 많아서 불안감과 스트레스와 싸워야 합니다. 이번 한국 공연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갔는데요, 현지 사람들의 노력과 유연한 마음 덕분에 근심거리 별로 없이 아주 원활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93일에 한 번만 했지만 리허설과 교류회를 포함해서 닷새 동안 일정이 있었습니다. 도착은 91, 부산 김해공항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주최자인 큰들 단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밀도 높은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쾌적한 버스를 타고 공연장이 있는 창원까지 약 1시간,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푼 뒤에 바로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세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은 모두 큰들 단원들이 하는데요, 배우도 스텝도 모두 가족처럼 협력하면서 즐겁게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연을 눈앞에 둔 긴장감이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 평온한 분위기가 더 많이 느껴져 뭔가 큰 경사를 준비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크기변환_image-2.jpg


저의 첫 번째 임무는 지휘자와 처음 만나서 회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지휘하신 분은 창원에서 여러 합창단을 이끄는 실력파 선생님. 사전에 프로필은 봤지만 그것으로 인품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지휘자와의 궁합은 안심해서 연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부분이라서 신경이 쓰였는데요, 첫 인상은 착실하고 평온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통역을 통해서 인사를 나누고 그 뒤에는 영어로 직접 대화를 했습니다. 이때 공연에서 사용하는 엘렉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연습용으로 준비해 준 조금 오래되고 작은 엘렉톤으로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엘렉톤을 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셔서 서로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었을 텐데요, 시작해보니까 중간에 멈추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크게 신경 쓰이던 부분은 해결된 셈입니다. 나머지 자세한 부분은 확인하면 되는 것이죠. 2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회의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크기변환_image-3.jpg


다음날 92일에는 아침에 엘렉톤 반입을 지켜보고 이후 저녁까지는 개인 연습과 음향 미팅. 사실 음향이 제일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엘렉톤과 클래식을 모르는 엔지니어에게 이상적인 음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워서 항상 고생합니다. 더군다나 언어 소통의 문제나 현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 따로 있기도 해서 세밀한 부분까지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기분이 아주 좋은 겁니다. 제가 요구하기 전 단계에 이미 OK를 낼 수 있을 만한 상태로 만들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뭐 할 수 있는 게 없나요? 모니터는 괜찮습니까?” 사소한 부분까지도 확인해 주는 엔지니어들에게 몇 가지 조절을 부탁하고는 조용한 홀에서 혼자 기분 좋게 연주를 계속했습니다. 이런 시간도 공연 때만큼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번 공연은 처음에 극단 큰들의 공연이 있고 그 뒤에 엘렉톤 독주, 베토벤 제9합창이 이어지는 구성이었습니다. 극단 큰들 공연에는 타악기 합주도 크게 있어서 몸으로 느끼는 음량이 아주 크고 힘이 넘쳤습니다. 그 뒤에 있는 엘렉톤 연주 음량을 평상시처럼 설정하면 상대적으로 음이 가라앉는 것처럼 들려 버립니다.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해서 평소보다 큰 소리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_image-4.jpg


일본에서 참가하는 합창단 일행이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였습니다. 저녁에는 드디어 전체 리허설을 했고요. 한일 합창단 총인원이 130. 이번에 처음으로 베토벤 제9합창에 도전하는 사람부터 40년 동안 노래한 사람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시민합창단의 매력이죠. 지휘자도 과감하게 무대에 오르자마자 소리를 맞춰갔습니다. 처음 하는 대합창에 흥분한 노랫소리가 저의 등에 크게 울려왔습니다. 연주 속도는 조금 많이 달리는 것 같았고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참가자들의 폭풍 에너지에 압도당했습니다.

자리배치도 해야 해서 소리를 맞추는 시간은 별로 못 가졌습니다. 결국 2번 연주하고 리허설이 끝났습니다. 이미 밤 10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크기변환_image-5.jpg


공연 날 아침, 저는 아침에 일찍 공연장에 들어가서 개인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 아침에 대범하게도 크게 바꾼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중심적으로 계속 반복 연습하면서 밀도를 높였습니다. 여태껏 10년을 연주하면서 몸에 익힌 방법을 변경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연주효과는 확실히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오후가 되어 합창단도 모두 모였습니다. 최종 리허설을 하고 이제는 공연 시간을 기다릴 뿐입니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항상 유쾌하던 큰들 단원들 표정이 진지해집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극단 큰들 공연(마당극)을 저는 무대 뒤에서 지켜봤습니다. 막에 가려져서 전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무대 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공연의 전체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웃고 울고 하는 인간 드라마. 거기에 한국 전통 문화가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서 말을 못 알아들어도 진심으로 웃고 즐길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악기나 무용이 들어가는 장면도 많아서 배우들이 재주를 펼치는 모습에 감탄했고요, 더불어 관객을 즐겁게 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이 말할 수 없는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무대 뒤에서는 숨 쉴 새도 없이 전개되는 장면에 맞춰서 소품이나 의상이 알맞게 준비되고 또 정리되어 갑니다. 그래서 흩어지거나 어지러워지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고의 팀워크입니다. 그들의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고 있는데 그 다음이 저의 공연이라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이렇게까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든 뒤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걸까, 이제 아무것도 필요 없지 않을까, 그것도 나 혼자서 해야 한다는 말인가...

커튼콜을 마친 배우들이 무대 뒤로 돌아왔습니다. 방금 전까지 공연에 임했던 배우들은 메인막이 완전히 내려오자마자 의상을 그대로 입은 채 다음 공연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아직 땀이 줄줄 흐르고 숨도 가쁜데 말입니다. 엘렉톤을 움직이고 합창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그것이 저에게 용기가 되었습니다.

평소처럼 무대에 오르고 평소보다 조금 길게 절을 하고 나서 엘렉톤을 마주 하고 앉았습니다. 이것이 한국에서의 첫 번째 독주입니다. 한국에도 엘렉톤이 있고 연주회도 있지만 일본만큼 많지 않습니다. 일본보다 본격적인 클래식 연주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고 관객 분들은 대부분 엘렉톤을 모르십니다. 그런 관객 분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들으신 게 베토벤의 <운명>, 도입의 그 유명한 자자자잔~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여 주실까요?

3시간 동안 악기를 만지지 않다가 갑자기 베토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연주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그마한 상처가 눈에 띄는 연주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객 분들이 몰입해서 무대에 집중해 주시고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연주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그 느낌은 클래식 콘서트장의 공기 느낌 그 자체였습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크게 웃던 사람들이 지금은 음악에 젖어 있는 것입니다. 몸이 떨리는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독주 세 곡을 마치자 아주 큰 박수 소리가 저를 에워쌌습니다. 시야 끝에서는 아직 의상을 입은 채 큰들 단원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게 혼자만의 연주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연주하는 심포니(교향곡)입니다.

그대로 베토벤 제9합창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합창단은 제가 독주하는 사이에 막 뒤로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솔리스트에 이어 저도 입장하고 마지막에 지휘자가 등장했습니다. 드디어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제 보면대에 조명이 켜져 있지 않은 겁니다. 지휘자도 마찬가지인 듯 악보를 펼치는 몸짓으로 문제를 알리려고 했습니다. 몇 초를 기다렸지만 변화가 없어서 지휘자도 저도 각오를 했습니다. 서로 어쩔 수 없네요.’라는 표정을 짓고 다음 순간에는 연주 준비 자세를 취했습니다. 리허설 때에는 얌전한 느낌이었던 지휘자가 공연이 되자 대담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도 저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솔리스트도 기운 만점. 진지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합창단으로부터는 이곳에 서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이 몇 천 개의 화살이 되어서 저의 등을 찔렀습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저를 통과해서 그대로 객석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힘이었습니다.

연주의 질적인 면에서 제가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러나 공연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번 무대는 진짜9합창이었습니다. 한일 시민들이 협력해서 만들어낸 하나의 울림을 저는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연주회를 이렇게 되돌아보니 모두 순조로웠을 것처럼 보이지만 주최자인 큰들 단원들에게는 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전통예술을 하는 극단이 웬 베토벤? 웬 엘렉톤? 과 같은 의문 때문에 관객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본에서 방문한 60명이라는 수의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힘이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런 고생을 했음에도 힘 빠지지 않고 항상 웃으며 온 힘을 다해 친절하게 대해 주신 큰들 단원들에게 감복할 따름입니다.


크기변환_image-6.jpg

공연이 끝난 후에는 합창단과의 교류회가 있어서 아주 신났습니다. 다음날에는 산청을 관광한 후 큰들 본부를 방문하여 큰들과의 교류회를 가졌습니다. 노래공연과 타악기(풍물놀이)체험으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귀국할 때에도 큰들 대표님이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모테나시노 코코로(‘대접하는 마음)가 전해져 오는 한국 여행이었습니다.

여태껏 여러 나라를 방문했고 수없이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돌아오기 싫어질 만큼 좋았던 여행을 세 가지 꼽는다면 이번 한국 방문이 그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사람의 따뜻함과 음악의 힘을 뼛속까지 느낀 닷새였습니다.

[* 대접하는 마음 (모테나시노 코코로): 일본에서는 오시는 손님에게 진심을 다해서 잘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크기변환_image-7.jpg

크기변환_image-8.jpg





예술공동체 큰들

큰들문화예술센터


(52210) 경남 산청군 산청읍 물안실로 478-119. 1층 (큰들마당극마을)

TEL055-852-6507FAX055-974-0803E-MAILonekoreaart@hanmail.net
사업자 번호315-82-76897

Copyright ⓒ Keundeu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