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삶·분단 설움 마당극으로 (경남도민일보/ 20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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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도민일보 작성일2007.12.25 조회4,757회 댓글0건본문
서민의 삶·분단 설움 마당극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파헤친 마당극 <동물의 왕국>.
서민 달래는‘민족극’단체로 자리매김
◇시대의 아픔을 가슴으로 엮어낸 큰들
진주성 촉석루 의기사 안에 있는 논개 영정은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영정이다. 1998년을 전후하여 지역의 뜻 있는 인사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친일화가가 그린 논개 영정을 폐출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집회나 서명운동,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였다. 지금도 촉석루에는 그 영정이 그대로 걸려있지만 어쨌든 그 당시 논개 영정 폐출을 위한 움직임은 상당히 활발했었다.
그런 활동 중 문화부문에서 눈에 띄는 것이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 창작마당극 <논개>였다. 1984년에 창단하여 오랫동안 마당극 및 풍물공연과 전통문화 보급활동에 주력해왔던 큰들은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마당극의 창작과 전국순회공연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옛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정서에 맞게 문화운동을 재구성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대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창작마당극 공연이다. 그 옛날 탈춤을 추던 연희패들이 늘어놓았던 이야기는 그 시대 지배층인 양반들을 비판하고, 억눌렸던 자기들의 한을 풀어내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전국적으로 마당극(넓은 의미에서 민족극이라고도 한다)을 하는 단체가 그렇게 많지도 않거니와 그나마 소수의 민족극 단체들도 옛날의 탈춤처럼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이야기나 분단된 시대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큰들의 마당극이 가지는 의의는 상당히 크다. 앞서 말했듯이 창작마당극을 하기로 결심한 뒤 큰들의 첫 작품은 1998년 당시 지역 현안이었던 친일화가가 그린 논개영정 폐출을 주제로 하는 마당극 <논개>였다. 첫 출발부터 지역문제해결에 동참했던 큰들은 그로부터 불과 4년이 지난 지금, 순수 창작품만 족히 10작품이 넘고 초청공연만 하더라도 년 평균 100여회 이상의 공연을 하는 단체로 성장하였다. 그렇게 되었던 바탕에는 농민,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통일 등 우리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틀에서 소외되어있는 문제들을 마당극 속에서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IMF 한파로 대거 속출되었던 실직자들의 삶과 실업문제를 다룬 <난장>(1999년), 농촌과 농가부채로 신음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토비리>(1999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중심으로 풀어보는 노동극 <동물의 왕국>(2000년), 언론풍자마당극 <신문고를 울려라>(2001년)와 <소문야방성대곡>(2002년)등은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고 사람이 대접받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큰들의 노력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