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언론이 사람잡네" (200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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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트뉴스24 작성일2007.12.25 조회4,855회 댓글0건본문
제목 : "잘못된 언론이 사람잡네"
기사게재일 : 디트뉴스24 2002/07/08
기사작성 : 주우영 기자 boohwal96@dtnews24.com
″잘못된 언론이 사람잡네″
언론풍자극 ′소문야방성대곡′공연
편파, 왜곡보도 얼룩진 언론세태 풍자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 펜이 비뚤어지고 굽었을 경우 한 사람쯤 죽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위의 격언은 권력의 제4부로 불리며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언론의 권력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잘못된 보도로 많은 사람들을 죽음 가까이 몰고 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7일 오후 5시 대전 평송 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는 대전MBC가 주최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후원으로 편파, 왜곡, 추측성 보도로 일반 국민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는 언론을 고발한 큰들 문화예술센터의 마당극 ′소문야방성대곡′이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평송 청소년 수련원 강당의 1층 600석 규모의 객석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2층 일부와 무대에 마련된 장소까지 7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 언론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제목 '소문야방성대곡' 어려운 말 같지만 ′그 망할 놈의 소문 때문에 목을 놓아 통곡하노라′로 풀이된다.
소문야방성대곡은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장지연이 일제에 의한 강제협약으로 국권을 상실했던 을사조약의 무효와 을사오적을 고발하기 위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논설제목을 본 딴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에 목놓아 통곡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현실이나 올바르지 못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소시민들의 억울함과 아픔을 대변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망할 놈의 굽은 펜이 만들어낸 소문 때문에 소시민이 목을 놓아 통곡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이렇다.
′희망원′이라는 고아원을 운영하는 서원장은 재벌 유사장의 경제적 후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희망원 자리에 지하철 역사가 생긴다는 정보를 접수한 유사장은 서원장으로부터 고아원 부지를 인수하기 위해 회유와 협박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서원장은 피와 땀으로 일궜고 고아원 출신 원생들의 추억이 서린 장소라는 이유로 유사장의 제의를 거부한다. 고아원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유사장은 고심 끝에 ′일등신문′에 서원장이 기부금을 횡령하고 원생들의 착취한다는 거짓 제보를 하게 된다. 일등신문에는 희망원 출신 박 기자가 일하고 있지만 언론과 재벌의 야합 속에서 조작된 보도에는 그 조차도 손 쓸 방법이 없다. 결국 서 원장은 목놓아 통곡하지도 못하고 후원자들의 외면과 주변의 멸시 속에서 쓰러지고 만다. 서 원장이 쓰러진 것은 고아원 문제 때문만이 아닌 광주사태에서 목숨을 바친, 미군의 장갑차에 으스러진 여중생들, 갓 태어난 아기가 악물 주사를 잘못 맞아 죽었지만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은 언론 때문에 한이 맺힌 원혼들이 씌었기 때문이다. 고아원 출신 시민들이 중심이 되 서원장에 씌운 원혼의 한을 풀어 어렵사리 일등 신문으로부터도 사과 보도를 받아낸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작은 사과 보도문에 희망원 사람들은 분을 삭이지 못한다. 언론의 무성의에 다시 한번 분노하지만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언론개혁을 위한 희망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희망의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자라 곧은 펜대를 만드는 나무로 자라고 모든 이들이 마당에서 어우러져 춤을 추는 것으로 마당극은 끝을 맺는다.
언론이라는 성역의 신랄한 풍자를 위해 작품 중간 중간에는 코믹 적 요소가 첨가됐다. 월드컵 분위기에 맞춘 ′언∼론 개혁′박수에서 출연자들의 과장된 동작,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무색케 하는 촌철살인의 대사까지 두 달 여에 걸친 대본 작업으로 완벽한 줄거리와 함께 극의 재미를 더 하는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을 우리 가락으로 연주하고, 톱을 이용한 효과음을 내는 등 모든 음향을 우리가락에 맞춰 관객들의 신명을 불러냈다. 작품 배경 역시 희망원이라는 고아원과 포장마차, 미장원 등 시민들의 삶과 가까운 영역으로 설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당극 중간 중간에는 비대화된 언론의 모습, 선거정국에서 특정후보 밀어주기, 폭로전, 경마식 보도로 얼룩진 언론에 대한 풍자가 가득 들어있다. 또 긴박한 취재경쟁, 특종 전쟁에 내 몰리는 기자들, 일등 신문 편집국장의 이름 ′고진말′처럼 거짓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사소한 말실수로 한 가정을 파탄의 위기로 내 모는 마을 사람들의 입 소문은 그야말로 소문 때문에 목놓아 통곡할 수 없는 현실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소문야방성대곡의 연출을 맡은 김인경씨.
연출을 맡은 김인경씨는 ″언론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극에서 일등신문의 왜곡되고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로 인한 피해자들이 목놓아 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으면서도 그 목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는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극의 배경을 현대극으로 설정했고, 고아원과 포장마차, 미장원 등 서민들의 삶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마당극에서 기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어 기자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은주 기획실장은 ″지난해 신문고를 울려라 호응이 좋아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월드컵 분위기 속에서 준비를 해 대전에서 시작되는 첫 공연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700여명의 시민들의 객석을 메워 주셔서 다행이다″라며 ″대전에서의 분위기를 전국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 번째 언론 풍자극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언론 현실을 알리고 비판하는 내용에 우리 가락이 어우러진 흥겨운 마당이었다는 반응이다.
마당극을 관람한 모 언론사 기자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극이었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혼이 나는 기분으로 공연을 봤다. 기자들이 한번씩은 봐야 하는 마당극″이라고 평했다.
대학생 김정호씨(26, 대전시 서구 월평동)는 ″예상외의 소득이다. 마당극이라고 해서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통 가락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즐거운 공연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주우영 기자·boohwal96@dt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