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타고, '바람개비' 공연도 보고(20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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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신문 작성일2007.12.25 조회5,116회 댓글0건본문
제목 : 자전거도 타고, '바람개비' 공연도 보고
날짜 : 진주신문/2002/4/29
작성자 : 김숙희
시민이 쓰는 시민행사평
-환경운동연합 자전거 타기 행사와 큰들 공연-
자전거도 타고, '바람개비' 공연도 보고
지난 일요일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진주시민 자전거대횅진'에 참가하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아이들과 함께 문화예술회관 맞은편 물가무대 쪽으로 갔더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특히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행운권을 자전거에 붙이고 있는데 '저기 아줌마부대다'하는 소리에 웃으며 뒤돌아보았다. 멋쩍어 하며 머리를 긁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경찰차가 앞을 인도하고,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우리는 출발했다.
'두 바퀴로 만드는 푸른 도시 진주'라는 표어를 내건 자전거 대행진은 진주 시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행사진행과정을 죽 지켜보니 이끌기가 쉽지 않은이런 행사들을 연 진주환경운동연합이 고마웠고, 교통 흐름을 정리하고 우리를 보호하는 경찰아저씨들도 고마웠다. 또 그 곳에서 안내도 하고 사진을 전시하는 학생들도 고마웠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을 내 일이 아닌 남의 일로 생각하기 일쑤인데 이런 대회에 참가하면서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저전거를 타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우선 건강에 좋고, 공해도 줄일 수 있다. 자원도 절약되고 큰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 날 수 있으니까 자전거 길을 많이 만들면 우리 아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도 생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아쉬웠던 점은 남가람 문화거리를 지나 강남동쪽에는 자전거도로가 없는데다가 공원 공사를 하느라 인도도 없었다.
또한 도로의 양옆에 한 차선씩은 차들이 세워져 있어서 시원하게 달릴수 없었다. 그리고 문화예술회관→천수교→남강댐 근처까지 갔다가 같은 길로 다시 되돌아와서 너무 단순했다. 되돌아오던 길에서는 천수교를 지나서부터 예술회관에 들오는 데까지 주차된 차와 달리는 차들이 엉켜 있는데도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 일요일이라 예식장에 온 차들로 도로가 많이 혼잡할 거리는 예상을 주관하는 쪽에서 미리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수교를 지나서부터 진양교 쪽으로 되돌아오게 했더라면 덜 위험하고 덜 촌잡하고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날씨도 무척 더웠는데 마실 물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웠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큰들문화센터에서 하는 에너지 절약 창작마당극 '바람개비'공연을 보았다. 동물들이 나와 타악기에 맞춰 공연 판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 마당극은 천지가 창조되어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의 여러 변천사를 짤막하게 펼쳐 보였다. 사람들의 욕심이 커져서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하늘나라에서 앞으로 지구에서 벌어질지도 모를 환경재난을 걱정하여 하늘 천사가 지구에 파견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극중의 '나 더 많이, 나 더 빨리, 나 먼저, 나 멋대로, 나 혼자만이'들로 구성된 나씨 가족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환경천사들이 2040년이면 에너지가 바닥날 것이라는 말에도 가슴이 뜨끔했다. '아나고 바다회'라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고쳐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회수해서 쓴다는 말로 마무리한 마당극은 환경운동이라는 색깔이 너무 짙어 자칫 주입식 극이 될 뻔한 내용이었는데 북, 장고 따위의 타악기들이 흥겹게 어우러진 소리로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한다.
마당극 '바람개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우리를 참여하게 한 공연이 아니라 단지 보는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마무리할 때 비록 많은 삶들이 모이자는 않았지만 어깨춤이라도 같이 출 놀이판으로 몰아갔다면, 바람개비 가지고 달리는 아이들처럼 신났을 것이다.
우리 첫애는 마당극을 보고 나서 앞으로 샴푸는 많이 안 쓰고 자전거를 빨리 배워야겠다고 하고 둘째 아이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고 한다. 이번 자전거 타기 행사는 자전거를 타고사서 상품 받는 잔치로만 끝났더라면 너무 단순한 행사였을 텐데 큰들의 마당극으로 더 빛이 났다고 생각한다. 참가 인원에 비해 추첨하여 주는 상품인 자전거와 자전거 펌프가 좀 많았지만 상품의 내용은 좋았다. 특히 자전거 펌프는 전부터 한 개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사지 못했던 물건이다. 그런데 그날 받아서 지금 너무 잘 이용하고 있다. 진주에 있으면서도 진주에서는 보기 힘든, 큰들 문화센터 연극인들이 시민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마당극을 공연해 주어서 고맙고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런 행사들이 자주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면 좋겠다. (김숙희, 주부 38세, 평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