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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학의 통일마당극 (공감 / 200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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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간공감 작성일2007.12.25 조회4,9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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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학의 통일 마당극 큰들을 만나러 간다. 근데 큰들은 뭐하는 곳이지? 1984년에 만들어진 진주지역의 문화단체, 정식 명칭도 '큰들문화예술센터'다. 지난해와 올해 전국적으로도 마당극 <신토비리> <신문고를 울려라> 등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과천마당극제 무대에도 섰던, 유명한 그들이 이번에는 창립 18주년 기념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또 어떤 판을 벌인다. 마당극 <흥부네 박 터졌네>는 과천 마당극제 대본공모사업에 당선되었으며, 문화관광부 무대공연작품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는 모두 단원들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큰들은 현재 전민규(38) 대표를 비롯해, 총 24명의 상근 단원과 500명 이상의 시민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창작마당극을 만들어 전국에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하고, 풍물 강습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12월 8일 pm 1 : 00 리.허.설 흥건한 겨울비가 쏟아지던 그 날.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는 그들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큰들문화예술센터의 창립 18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공연. 4시 공연을 앞두고 1시부터 시작된 그들의 리허설. 양쪽 벽면으로는 벌써 작은 스크린이 설치되어있고, 음향과 조명을 맞추기에 바쁜 듯 하다. 무대에는 이번 공연의 대장관을 이룰 150명의 사물놀이 호흡 맞추기가 한창이다. 남강 자락을 따라 소록소록 내리는 빗줄기에는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루 대관료가 부담인 어려운 현실 덕분(?)에 하루 안에 모든 것을 맞추어야만 한다. 공연 당일에 조명과 음악, 호흡까지 맞추기란 자꾸만 커져오는 긴장과 조바심 속에서 웬만한 팀웍이 아니면 힘든 일다. "자, 잘 보이소. 요기 이 선 보이지요? 난중에 사회자가 소개를 하면 이 선까지 쫒∼아 나와 가지고 인사해야 됩니다. 알지요?" 옆집에서 놀러온 아줌마의 목소리, 모습 그대로이다. 잠시동안 시작되는 풍물 리허설. 150명이라는 단원이 무대 위를 꽉 채운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는데, 그들의 꽹과리, 징, 장고, 북 소리는 더 고조된 놀라움을 안겨준다. 아마추어의 공연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신감이, 힘이 느꼈졌다. 그런데 사회자의 연습삼아 한 멘트에서 150명 모두가 시민들로 구성되었다니 그 경탄은 한번 더 이어진다. 거기에는 9살 어린아이부터 68세의 어르신까지 있었다. 무대인사를 미리 연습해야 하는 아마추어. 하지만 아마추어이기에 그들은 더 열심히,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어르신이 나오실 때면 채를 놓은 150명의 손들이 허공을 가르고, 아이들이 나올 때는 만면에 대견함과 웃음이 가득하다. 가족들 모두가 참가한 경우도 있다. 한 가족이 하나가 되어 관심을 가지는 공통사가 있다는 것, 물진 문명속에서 가족해체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따뜻한 풍경으로 가슴에 남는다. 분주하리라 생각했던 리허설. 오히려 여유가 느껴진다. 그들의 소탈한 웃음소리가 있고, 옅은 긴장과 떨림이 있는 곳. 점점 그들의 여유와 긴장에 빠져든다. 아직 2시 반인데 4시에 있을 그들의 공연이 자꾸 기대된다. pm 2 : 35 관.객.입.장 4시 공연인데 2시 반부터 관객 입장이 시작됐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상황인데, 마당극을 한다는 얘기에 많은 관객들이 가족단위로 나와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탓이다. 할어미, 할아버지를 비롯해 꼬마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나왔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몇 가지로 한정되는 현실 속에서 전통 마당극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풍자극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에게는 재미를, 아이들에게는 교훈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공연이 될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세심히 배려해 도우미 한명한명이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 어르신들의 청력을 고려해 자리까지 선별하는 그들의 훈훈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서는 오랜만에 내려온 동지(?)들도 보인다. 서울에서부터 통영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와준 많은 사람들. 그들과 기쁨의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모습이 세심한 배려와 일치된다. 관객들 역시 옆집 아줌마 아저씨의 차림 그대로 공연에 왔다. 본디 마당극이란 고상하게 옷을 차려 입은 양반이 보는 공연이 아니다. 장거리에서 한판 벌어지는, 서민들을 위한 하나의 연희(演戱)가 마당극이다. 하지만 마당극이라는 다소 개방된 분위기 탓인지 사람들의 공연예절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pm 4:00 통.일.북.소.리 힘찬 사회자의 목소리와 더불어 '통일한마당'이 시작된다. 첫 번째 무대는 사물놀이다. 리허설에서부터 가장 기대되었던 무대. 드디어 막이 오르고 신비스러운 파란 불빛을 배경 삼아 150명 사물놀이단의 장엄한 모습이 나타난다. 상쇠의 꽹과리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은 진양조 장단부터 휘모리 장단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의 의식을 뒤흔든다. 민족문화를 얘기하는 큰들의 기치에 맞게 그들은 전통적 사물놀이를 첫 무대로 통일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사물놀이 가라과 장단은 어깨춤을 이끌어 내는 전통적인 틀에 머무르지 않고 이미 대중화 된 '대한민국 박수'로 이어져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한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역시 쉽게 사물놀이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어울린다. 꼬마 아이들은 아예 팔을 내저으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띈다. 무대의 150명 연주자들은 관객과의 호흡을 흥 삼아 연주하는 듯 하다. 그들의 흥과 신명은 계단까지 꽉 메운 사람들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든다. 어느 공연이 그렇지 않을까만 특히 큰들의 공연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아마도 시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리라. 1,2층 관객석을 다 메우고도 계단에 앉아서까지 공연을 관람했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시민들. 상쇠의 흥겨운 발놀림과 표정, 대한민국 박수를 북에 실어내는 그들의 생각과 어울림. 저마다의 목소리를 이용해 의견을 내지만 하나로 의견이 모이면 그대로 따르는 진정한 사람들의 모습. 진주에 가면 진주비빔밥이 있다. 흔히 비빔밥이 그렇듯 모든 재료를 담아 비벼먹는 것인데 진주 비빔밥의 경우 쇠고기 육회가 그 위에 얹혀져 영양과 맛을 더하는 게 특징이다. 진주의 큰들은 비빔밥의 경우 육회에 해당한다. 시민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속에 더해져 맛을 내고 멋을 내고 영양을 더하는 그런 보배같은 존재가 큰들이다.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고 함께 하게 만드는 공연의 힘. 큰들의 힘. 시민이 만들어 낸 대화합, 통일의 연주가 멋지게 첫 무대를 장식했다. pm 4 : 15 남.과.북.이.함.께.부.르.는.노.래 두 번째 마당은 노래마당이다.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통일의 염원을 담아내겠다는 의도인 듯 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대중가요는 없다. 민중가요라 불리는 여러노래들, 그들은 좀더 우리의 뿌리 깊은 곳에 닿아있는 노래를 부른다. 해금곡 진주라 천릿길을 비롯 아리랑 감격시대 등의 노래가 불려지고 관객들은 장단에 손을 맞춘다. 진행상에 있어 음향이 몇 군데 맞지 않는 실수가 있긴 했으나 노래를 부른 정경희씨의 목소리를 그런 실수를 무색하게 한다. pm 4:45 흥.부.네.박.터.졌.네 극의 형태에 있어서도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민족문화를 그대로 담아내고자 마당극을 고집하는 그들의 생각이 드디어 드러난다. 동시에 농촌과 도시가 거의 같은 비율로 존재하는 진주라는 특성 속으로 쉽게 들어가고자 해학과 풍자라를 코드를 택한 그들의 공연.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통일에 대한 신념을 담아내겠다는 그들의 생각으로 탄생한 '통일 마당극 흥부네 박 터졌네'. 바람잡이 같은 사람이 나왔다. '얼씨구∼' 우스꽝스러운 동작과 추임새를 넣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관객들에게 신명을 불어넣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해 주고 있다. 다양한 박수치기, 몸짓 따라하기 등 그가 준비해 온 신명 돋움은 여러가지다. 관객들 역시 그의 정성을 저버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흥부 놀부 춘향이 이몽룡 심청이까지 총망라된 고전소설의 주인공들이 나오니 '촌수따지지 말 것 '이라는 비장한 한마다를 던지고 무대를 떠난다. 얼굴에 가면을 쓴 사람들 넷이 등장해 탈춤을 추는 것으로 <흥부네, 대(?)박 터졌네>의 판이 열렸다. 놀부의 마누라가 심청이 되고 그 아들이 이몽룡이 되고 흥부의 마누라가 월매가 되고 그의 딸이 춘향이가 되는 (아차 촌수를 따지지 말랬거늘, 원래 사람이란 것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법이다), 복∼잡한 상황속에서 사건은 일어나기 시작한다. 제비다리를 고쳐준 덕에 벼락부자가 된 흥부, 그 뒷이야기! 흥부는 북녀골에서 방문한 놀부아들 몽룡의 도와달라는 부탁들 거절하고, 남원에서 봉고 파직 되어온 변사또에게는 거액의 방위분담금을 전해준다. 그런데 변사또는 흥부와 함께 '월매관'을 운영하는 흥부의 처 월매를 찾아가 춘향이를 점찍는다. 뺑파와 함께 점을 쳐서 먹고사는 심봉도사는 점을 치러 온 흥부에게 곧 '아이맴아퍼(IMF)' 한파로 빚쟁이들이 몰려 올 것이니 가진 재산들은 다른 골에 모두 팔아버리라고 시키고, 사또 선거에 재당선되기 위해 찾아온 변사또에게는 남남골을 남골과 넘골로 나누어 지역감정을 이용하라고 점을 쳐준다. 사또 선거 재당선을 노리는 변사또는 남골과 넘골을 오가며 서로의 지역감정을 부추켜 남골과 넘골을 이간질시킨다. 남남골과 북녀골의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심봉사는 심청이를 만나 눈을 뜨고, 흥부는 조카인 몽룡과 화해를 한다. 인물들은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며 다 같은 일가친척, 한겨레임을 느낀다. 마침내 이들은 다같이 힘을 모아 남남골과 북녀골을 가로막고 있던 박을 터뜨리며 흥겨운 통일굿판을 벌인다. pm 5 : 55 공.연.을.마.치.고 공연이 끝났다. 큰들의 말마따나 한판 잘∼놀았다.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들 역시 '허허' 하는 너털웃음을 쏟아냈다. 고전 속 인물들이 얽히고 섞이는 관계로 모여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흥부네 박 터졌네'는 기절초풍, 요절복통, 배꼽 잡는 웃음 속에 분단(分斷)의 아픔과 통일(統一)의 염원을 담아낸 통일마당극이었다. 보는 이들의 가슴에 따사로운 강줄기가 되고, 답답한 가슴 털고 크게 한번 웃을 수있는, 그런 공연. 공연장을 나서자 조용히 흐르는 남강 위로 저녁 불빛이 비치고,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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