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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바꾸려 시작한 연극...큰들서 20년 가까이 동고동락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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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도민일보 (펌) 작성일2023.06.29 조회1,4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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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배우열전 (18) 산청·진주 극단 큰들 김상문 배우
성격 바꾸려 시작한 연극...큰들서 20년 가까이 동고동락
  •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 노출 2023-02-13 21:59 월
  •  댓글 0
고교 연극반 2년 간 몸담아
부끄러움 많은 성격 바뀌어
대학교 4학년 때 큰들 입단
18년째 배우·연출가로 매진
"관객에게 즐거움 주고 싶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도 걸지 못했다. 어쩌다 낯선 사람과 말을 하게 되면 버벅거리기 일쑤였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성격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런 생각은 고등학교 진학 후 연극반 지원으로 이어졌다. 오롯이 부끄럼을 타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이 되기를 바라면서다. 그 당시 연극반 활동이 훗날 자신을 배우의 길로 이끌게 될 거라는 걸 새까맣게 모른 채로.

산청·진주 극단 큰들 김상문 배우. /극단 큰들

마당극 전문단체 극단 큰들에서 활동 중인 김상문(43) 배우에게 연극반 지원은 인생에서 큰 도전 중 하나였다. 그는 그렇게 들어선 거제고등학교 연극반에서 2년간 활동했는데 1년에 한 작품씩 학교 축제 때마다 작품을 발표했다. 학생 배우라는 간판을 달고 무대에 오르면서 점차 자신을 바꿔갔다.

“한 친구가 연극반에 지원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나는 못 가겠다’고 처음에는 그랬었는데 결국 가게 됐어요. 그런데 저랑 같이 간 친구는 떨어지고 저만 붙게 된 거예요. 이후 조연출을 하려던 청소년 연극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게 되면서 처음 무대에 올랐어요. 무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연극이 끝나버리더라고요. (웃음) 그때 심장이 터질 듯한 경험을 했죠. 2학년 때는 무대에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연극반 활동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산청·진주 극단 큰들 김상문 배우. /극단 큰들

김 배우는 연극반 활동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좋은 대학에 간 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길 바랐던 부모였기에, 연극반 얘기를 꺼냈다가는 아예 활동조차 할 수 없게 될 거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가족에게 한 차례도 공연 초대를 하지 않았다.

고교 시절 대부분을 연극과 함께한 김 배우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연극영화과 진학을 고민했다. 고심 끝에 부모에게 이를 알렸으나 돌아온 건 거센 반대였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술과 전혀 무관한 학과(농업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아버지께서 화를 많이 내셨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 대신 다른 학과에 가게 됐죠. 그러다 대학 입학 후 풍물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풍물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 시절 풍물을 좋아하던 한 선배를 따라 마당극을 보러 갔는데 그게 극단 큰들 작품이었어요. 보고 나서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재밌는 연극이 있다니’라고 생각했어요.”

산청·진주 극단 큰들 김상문 배우. /극단 큰들

그는 군 복무 후 대학교 4학년 때인 2005년도 큰들에 입단했다. 학교 졸업을 1년 남겨둔 상황에서 시작한 극단 생활이었다. 집에는 복학하겠다고 말하고 극단에 가서 살았다. 그렇게 1년간 활동하고 나서도 그는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뒤 김 배우는 고향인 거제 본가를 찾아갔다. 부모에게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털어놨다.

“집에 가서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우시더라고요. 엄마도 울고. 그렇게 우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그러다가 쭉 들으시더니 그냥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언젠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1300석 좌석을 거의 꽉 채워서 공연하던 날 부모님을 초대한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너희 허접하게 사는 딴따라는 아니네?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안심하고 가셨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큰들을 좋아해 주고 계세요.”

극단 큰들에서 올해로 19년째 활동 중인 김상문 배우. 김 배우는 지난 10일 오전 산청 마당극 마을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때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성격을 바꾸고자 처음 시작했던 일이 그의 직업이 된 건 올해로 18년째가 됐다. 그는 오직 큰들에서만 활동하며 무대에 섰다. 연간 적게는 80회, 많게는 100회 이상 공연해왔다.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김 배우가 제일 애착을 갖는 작품은 <남명>. 조선 중기 실천 성리학자로 꼽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 사상을 그린 마당극이다. 공연 특성상 몸이 상할 때도 잦았지만, 꾸준하게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큰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다.

김 배우는 산청 마당극 마을에 살면서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산골 마을이 그 자리다. 이곳에서는 아이 웃음소리를 비롯해 장구 소리, 노랫소리가 멈출 줄 모른다. 큰들 단원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과 후원금 등으로 주택 30채와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해 유아부터 청장년까지 단원 가족 5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어서다. 모두 그에게는 가족 같은 이들이다.

여러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해온 김 배우는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앞으로도 준비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잘 보여주자는 생각이 크다. 연기, 풍물, 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 말고 다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지금은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아요.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나 봐요. (웃음) 제가 가진 배우라는 직업은 참 괜찮은 일인 것 같아요. 계속 무대에 서고 싶고, 남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을 때 관객들이 재밌어하면 그게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똑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 때 특히 그렇죠. 몸이 아프다가도 안 아픈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도 저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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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바꾸려 시작한 연극...큰들서 20년 가까이 동고동락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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