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땀방울에 ‘진주는 설렌다’(200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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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도민일보 작성일2008.01.04 조회5,185회 댓글0건본문
[공연]연극인 땀방울에 ‘진주는 설렌다’ | |
![]() 이시우 기자 / lsw@dominilbo.com | |
오는 12월 진주는 연극만큼은 풍성하다. 오는 12월 초 진주큰들문화예술센터가 예년보다 준비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창립 20주년 기념 공연 <2004 신토비리>를 준비한다. 또한 진주극단현장은 극단 역대 최고의 야심작이라 내세우는 <지리산>을 12월 중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9일과 21일 이들의 연습현장을 찾아 보았다. △큰들문화센터 <2004 신토비리> 19일 오후 7시 진주시농산물 도매시장 2층 회의실. 이 곳에서는 큰들문화예술센터 창립기념 공연의 하이라이트라는 대규모 사물놀이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장구를 치는 이들 40여 명만 단출하게 모여 부분연습을 했다. “서로간의 호흡을 잘 맞춰야 합니다. 이번에는 너무 잘 했습니다”는 큰들 강습반 강사의 모처럼 칭찬하자 고사리 손의 어린 초등학생이나 까무잡잡한 얼굴에 주름이 파인 40·5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 모두 어린아이같은 해맑은 표정을 동시에 짓는다. 진은주 기획실장은 “이번 사물놀이는 지난해보다 최소 100명이 늘어난 3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참여합니다. 그 웅장함은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라며 간접홍보에 나선다. 발길을 돌려 진양호를 지나 사천시 곤명면에 있는 큰들 공연단 전용 연습실로 향했다. 오후 9시 개인별 대사연습을 끝내고 마당극 <2004 신토비리>의 마지막 마당 아스팔트 농사 마당 연습이 한창이다. 농산물·쌀 수입개방에다 FTA까지 이전 정부와 현 정부까지 이어지는 살농정책으로 이 시대에 지어먹을 농사는 아스팔트 농사(집회나 도로점거투쟁) 밖에 없다는 내용을 농민가에 맞춘 깃발 춤에 싣고 있다. 2~3번 반복 연습이 끝나고 연기자들과 연출가 7명이 빙 둘러앉아 연습내용을 되짚어본다. 오후 10시 10분이 되어서야 연습이 끝났다. 다른 지역 공연이 많은 큰들이라 공연이 없는 날이면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매일 이 시간까지 연습에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회의를 막 끝낸 송병갑 연출가. “다음달 4·5일 진주 도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을 기념공연 때에 맞춰 쌀개방, 정부의 농업정책부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농민들의 분노와 울음이 신명으로 바뀌도록 새로운 버전으로 탈바꿈했으니 기대해 달라”는 말로 이날 연습을 마쳤다. △진주극단 현장 <지리산> 도내 최초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방안 사전제작지원 작품으로 뽑혀 눈길을 끈 진주극단 현장의 <지리산>(12월 16~18일 진주도문예회관 대공연장). 진주정신찾기 제4탄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이전부터 극단 역대 최고 야심작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대사를 익힌 후 배우들의 연기를 함께 연습한 11월초부터 극단 연습실을 벗어난 도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매주 한차례씩 실제 공연처럼 연습을 하고 있다. 오후 6시 배우들이 몰려들고, 조구환 연출가의 “한번 시작해볼까”라는 말로 연습이 이어진다. 큰들과 달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달음에 이어간다. 지리산에서 벌이는 굿판이 표면을 장식하고, 지리산을 떠도는 원귀들을 통해 갑오동학농민항쟁, 항일의병항쟁, 한국전쟁 전후의 지리산 빨치산, 그리고 4·19 등 한반도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학생운동을 하던 윤광길이 공안당국에 검거돼 고문을 받는 장면에서 조구환 연출가의 거센 말마디가 몰아친다. “그게 아니야, 더 빨리, 대사를 더 빨리 쳐”라는 말에 수사관 역의 연기자 윤덕현은 잠시 당황한다. “아니라니까 더 빨리 해”라는 말에 윤덕현은 더욱 당혹스러워 한다. 객석 뒤편에 앉아 연습을 보던 조 연출가가 무대 앞으로 와서 “봐, 광길이 고문당하는 장면은 관객들이 다른 작품이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본 거야. 뻔히 아는 거지. 그러니 길게할 필요 없이 발음은 정확하되 최대한 빨리 대사를 쳐 넘어 가야지”라고 설명한다. 윤덕현은 그때서야 당혹스러움에서 벗어나 좀더 빠른 템포로 대사를 내뱉는다. 오후 9시 30분, 한달음에 한차례 연습이 끝나고, 배우들이 모인 가운데 조연출가의 지적이 줄줄이 이어진다. “배우들의 호흡이 가다듬어져 있지 않아. 몇 명은 개인연습을 좀더 해야겠다.” 12월 공연을 앞둔 두 공연단체는 이렇듯 두 달이 넘게 강행군을 이어갔다. 늦가을과 초겨울에 쏟아내고 있는 구슬땀. 이 구슬땀이 다음달 진주를 풍성하게 하리란 기대는 틀리지 않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