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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새농민극 "밥상을 엎어라"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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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신문 작성일2008.01.05 조회4,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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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 새 농민극 ‘밥상을 엎어라’


“아부지 해도 해도 참 안 되네예”

쌀 수입 개방으로 벼랑에 몰린 농촌 현실 그려


때는 춘삼월, 불티리 주민들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신명나는 풍물 한판으로 한껏 흥을 돋운다. 근데 이게 웬일, 풍요기원제사상을 보아하니 수입농산물 일색이 아닌가. 기원제사상마저 이 지경이니 우리네 밥상은 어떠하겠는가. 불티리 주민들은 수입농산물로 차려진 상을 엎고 달콤한 거창사과, 아삭아삭 황금 나주배, 쫀득쫀득 임금님표 쌀로 만든 시루떡, 제주감귤 등 우리 농산물로 상을 다시 차린다.

 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에서는 전국 100여 곳 120회 순회공연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았던 농민극 ‘신토비리’에 이어 새 농민극 ‘밥상을 엎어라’를 내놓고 마지막 손질에 들어갔다.

큰들은 지난 25일 사천 완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한병석 의장을 비롯한 곤명면 작팔리 주민 20여 명을 초청하고 새 농민극 시연회를 가졌다.

 시연회에 앞서 전민규 대표는 “농민극 2탄을 준비하면서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는 단원, 오히려 힘을 받았다는 단원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농민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직접 농민들 모시고 평가받는 자리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토비리’가 농가부채로 피멍이 든 농민들의 현실을 보여주었다면 ‘밥상을 엎어라’는 쌀수입 개방으로 벼랑 끝에 몰린 농민들의 한숨을 달래며 이제는 농민이 직접 ‘밥상’을 엎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은 불티리 동네해결사 우식이의 활약상으로 시작된다. 불티리 주민들은 아침 댓바람붙 “우식이”를 여기저기서 불러댄다. 우식이는 몸이 세 개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지만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꼭 해결한다. 우식에게는 빚으로 농협에 땅을 뺏기고 그 분노에 노망난 아버지가 있다.

 노망난 아버지이지만 우식이가 “우리 도시에 나갈까?”하면 “싫다”며 고집이 대단하다.

 그러면 우식은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고 농사에 모든 걸 건다. 하지만 지난해 토마토 값이 곤두박질 쳐 쓴맛을 본 데 이어 수재로 수박농사까지 망치게 되니 우식의 마음은 가뭄 끝 논바닥처럼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나마 위안을 삼던 미용실 영자씨마저 제 마음을 몰라줘 우식의 한은 하늘을 찌른다.

 “내 간다 안 했습니까?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라예.” 우식의 분노는 결국 아버지에게 향하고 아들의 노영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버지는 정신을 되찾는다.

 “농사가 그리 지긋지긋하면 가야제. 근데 저것들 크는 것 보면 꼭 자슥 크는 것 같은기라. 자슥 두고 가는 부모 어디 있드노”

     

 하지만 극은 이런 무거운 현실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신토비리의 수다쟁이 부녀회장 진삼처는 욕쟁이 할머리로 분해 육두 문자의 향연을 펼친다. 숨이 넘어가듯 내뱉는 욕지기와 툭 불거지는 대사들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양석 대신 돈을 푹 삶아 묵을 낀가?” “저 미친놈, 논바닥이랑 연애질 할끼가, 저 옷차림새가 뭐꼬”

 ‘밥상을 엎어라’는 마당극 특유의 신명과 끊이지 않는 위트, 코끝을 빨갛게 만드는 감동 한 움큼까지 농민들의 애환과 희망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양선옥 씨는 “신토비리보다 더 실감나는 것 같다”며 “코끝이 찡하다”고 말했다.

 한병석 의장은 “극 전체적인 흐름은 잘짜여진 것 같다”며 “단지 절정 부분을 정교하게 손을 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농민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보아도 콧잔등이 시큰해질 수 있는 극이었으면 한다”면서 “이제는 단순히 쌀 개방을 반대한다는 것을 넘어서 농업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함께 동감해야 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의장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이 극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농사를 지으며 희노애락을 다 맛보았다는, 심지어 농촌을 떠날 심정으로 보따리를 싸 본 적도 있다는 작팔리 오태환 이장은 “‘아버지 해도 해도 참 안 되네예’라는 대사에 모든 설움이 함축되어있는 것 같다”고 평을 전했다.

 또 “다행히 영자씨가 우식과 결혼해 주어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며 “그런데 비통한 농촌 현실이 느껴져 영자씨가 불행할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고 웃지 못할 얘기도 전했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우회적으로 얘기한 것이다.

 큰들의 두 번째 농민극 ‘밥상을 엎어라’는 마지막 손질을 거쳐 오는 봄부터 공연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김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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