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좋다’추임새가 들어가고 어깨가 절로 으쓱대는 공연을 본 지가 얼마만인가. 거기다 내
아이, 내 이웃이 무대에 오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축제가 아닐는지.
큰들문화예술센터 20주년 기념공연을 위해 350명의 시민들과 큰들
다섯 명의 강습 단원은 석 달 동안 심장과 귀를 맞대고 대규모 사물놀이 한 판을 준비했다.
7세부터 70세 노인까지 한데 모인
사물놀이 공연팀은 세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한 마음이 되어 150명씩 팀을 나눠 호흡을 맞췄다.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 판을 위해
모인 각층의 시민들은 생전 처음 보는 얼굴들이어도 따뜻한 안부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공연을 준비했다.
하대동 강울림 풍물패에서
파견된 아줌마 셋 박영순(42), 최선자(44), 박부영(49)씨는 미투리까지 제대로 갖춰 신고 공연에 나섰다. “처음 공연에 나오는 거라
떨린다”는 최 씨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차분하게 공연 연습에 몰입했다.
강두칠(50)·김태은(54)부부는 풍물을 배우며 부부애를
더욱 키우는 듯 했고, 재주꾼 할아버지 김상선(70)·박순전(65)최고령 부부는 벌써 10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다.
두 딸
효선(10)이와 유진(7)이 성화에 못 이겨 참가하게 됐다는 박인자(36)씨는 아이들 흥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듯 했다.
모듬북에 한껏 힘을 실은 양병원(45)·양민철(16)부자, 가족 풍물단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
서경섭(40)·서금지(11)·서인석(8)가족은 막내 때문에 엄마가 함께 참석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단다.
팔이 불편해도 누구보다
흥겨운 호흡으로 꽹과리를 친 찬미(8)와 옥경애(36)모녀는 함께 연습하던 많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웃음을 유도하는
여유까지 보여준 유현주(35)·안지은(12)모녀도 공연에 흥을 보탠 일등 공신이다.
그 시끄러운 연습장소에 막내를 재우면서까지
공연 연습에 혼신의 힘을 다한 이은주(30)·허준승(7)모자, 단란한 모습으로 모둠북 공연에 임한 하창완(37)·문저온(33)부부, 올케이
시누이 사이에 함께 참가한 박정화(28), 정미현(26), 사천 완사에서 온 양선옥(34)씨 이 모든 얼굴들이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보여준
주역들이다.
각 층의 시민들이 무대에 오르다 보니 관객도 당연히 다양하다. 집안 식구들부터 계모임 회원, 동네주민들까지 누구네
댁, 누구네 가족, 누구네 손자 보러 비 오고 칼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도 흥에 겨워 모였다.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든 큰들
20주년 기념 대규모 사물놀이는 꽹과리, 북, 장구, 모듬북이 하나되어 ‘둥둥둥둥 둥둥둥둥’ 심장을 높뛰게 했다가 달래기도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달구었다.
김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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