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옥 전문기자의 문화한마당 (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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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일보 작성일2008.01.10 조회5,704회 댓글0건본문
강동욱 전문기자의 문화마당 <24>
-간이역 예술제와 다솔축제
강동욱 기자 kang@gnnews.co.kr
2007-11-14 09:30:00
최근 주목할만한 지역 축제가 있었다. 축제라는 표현보다 ‘마을 잔치’가 어울릴 것 같은 '밝은 땅 다솔 축제'와 ‘2007 간이역 예술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월 31일 사천시 곤명면 완사 운동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열렸던 '밝은 땅 다솔 축제'는 주민 300여명의 추진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했다. 이들은 평소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로, 이번 행사 기획과 진행 그리고 재정지원과 출연까지 모두 총괄해 명실공히 '주민이 만들고 참여하는 주민축제'로 눈길을 끌었다.
진주 이반성면 평촌역에서 11월 9일~11일까지 열린 ‘2007 간이역 예술제’는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성화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농촌을 생태와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농촌을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 만들고자 기획된 축제였다.
두 축제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알맹이 없는 ‘축제 천국’인 우리 현실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축제가 나가야 할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데 무엇보다도 의의가 있었다.
흔히 지자체에서 열리고 있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지역축제와 달리 관광객 수에 신경쓸 필요가 없고, 과장된 경제 효과를 알릴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자연스런 축제였다. 동원된 관객도 없었고, 의전도 필요 없었다. 그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즐길 뿐이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어울려 즐기면 되는 그런 축제였다.
'밝은 땅 다솔 축제'는 곤명 작팔리에서 터를 잡고 있는 큰들문화예술센터가 공연과 기획 등 행사 전반적인 진행을 도와 지역주민들과 하룻 밤 즐기는 컨셉의 축제로 옛날 마을잔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간이역 예술제’는 농촌을 생태와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농촌을 소통과 공유의 장으로 만들고자 기획된 축제로 이름에 걸맞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듯 했다.
다양한 기획은 눈에 띄었으나, 기획을 실천하는 일꾼들이 턱없이 부족했다. 농촌과 예술을 연결시켜주는 ‘정수예인촌’이 있었으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지역주민들과의 ‘소통’또한 앞으로 과제가 될 것 같다. 농촌지역과 예술제라는 상이한 컨셉을 가지고 지역주민들의 흔쾌한 참여는 힘들겠지만, 지역주민들이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되면, 도시지역 사람들과의 소통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간이역이라는 매개체가 있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간이역은 도시민들에게 고향과 같은 존재이다.
올해 간이역 예술제는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축제였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내년 축제를 준비하면 ‘소통과 공유’의 기획의도에 걸맞은 축제가 될 것이다.
지자체에서도 이들 축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축제에 세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정 축제에 수십억씩 투입하는 것 보다 아담한 지역 축제에 적은 도움을 주더라도 지역주민들은 진정으로 고마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