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에 피어난 우리 들꽃과 외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가 회화와 한지부조로 만난다.
서양화가 박춘우, 조정이씨의 작품전 ‘들꽃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가 25일부터 내달
9일까지 창원과 진주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우리 이웃의 얼굴, 꽃과 풀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을
캔버스에 담아온 박춘우 작가는 작품마다 자연의 순수함과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사라져 가는 자연과 삶의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도라지, 쑥부쟁이, 더덕 꽃….’ 도시 아이들에게는 이런 꽃 이름이 다소 생소할
터. 예전 같으면 천지에 널린 것이 꽃과 나무일 테지만, 이제는 낯선 풍경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해질녘 혹은 복사꽃 필 무렵 밭을 매는 어머니의
굽은 등과 주름살도 이제는 잊혀진 옛 모습이 됐다.
박 작가는 “목가적인 농촌 풍경은 점차 보기 드문 옛 기억으로, 언젠가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 돼버릴지도 모르겠다”며 “ 사라져가는 옛 모습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화폭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거제 출신의 조정이 작가는 현재 대한공예예술인연합회 한지공예 사범으로,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는 등 작업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작가는 과거 부모세대들이 즐겼던 놀이문화들을 한지 공예로 제작,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비석치기, 윷놀이, 봉숭아물들이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지 작품 10여점은 기억 저편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옛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함께 전래동화 속 이야기들을 한지로 표현한 ‘한지로 그려진 전래동화’ 는
동화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줄 것이다. 견우와 직녀, 흥부와 놀부,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 등 외할머니께 들었던 전래동화 속
이야기들이 주요 소재이다.
또 이번 작품전에는 특별행사로 구연동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옛 이야기’가
마련된다. 구연동화는 내달 9일까지 오전 11시부터 20여분 동안 이서분 선생님의 진행으로 열린다.
조 작가는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
여유라는 두 글자가 서서히 베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회화(10점)와 한지부조(15점) 등 총 25점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5일 창원갤러리에 이어 내달 2일에는 진주 채송아트홀에서 잇따라 열린다. 문의 창원 클들(055-606-0802), 진주
큰들(055-74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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