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꼬라지가 이게 뭐꼬? 수입 쇠고기에 멜라민 덩어리 아이가?”
“토종 농민 똘똘 뭉쳐 수입 밥상 엎어보자. 자, 밥상을 엎어라, 얼쑤!”
10월28일 저녁 7시, 경남 사천시 곤명면 곤명운동장. 신나는 풍물 가락과 함께 마당극 〈밥상을 엎어라〉의 막이 오르자 객석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마침 이날이 곤명면의 가을 잔치인 ‘다솔축제’가 열리는 날이라 무대 주변에는 온 면민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구경꾼들은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눈시울을 붉히거나 배꼽을 잡다가도, 농촌의 현실을 다룬 장면에서는 함께 울분을 토하는 등 극이 전개되며 점점 공연 속으로 빠져든다.
“아따, 우리 얘기를 그대로 빼다 박았네.”
“밥상 엎을 때는 내 속이 다 후련하더라.”
마당극 〈밥상을 엎어라〉는 치매에 걸린 홀아버지를 봉양하며 농사짓고 살아가는 젊은 농군 우식이가 수입 농산물로 범벅이 된 밥상을 엎으며 다시 영농의지를 다진다는 내용. 실제 농촌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마당극 무대를 통해 농업인들에게는 그동안 쌓인 응어리를 풀어주고, 도시민들에게는 함께 지켜나가야 할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신명 나는 농촌 마당극이다.
〈밥상을 엎어라〉는 서부 경남지역에 근거지를 둔 공연전문단체인 큰들문화예술센터가 2005년 만든 작품으로, 1999~2004년 농촌 전역에서 120여차례 공연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전국 최장수 농촌마당극 〈신토비리〉의 제2탄이다. 〈신토비리〉가 무너져가는 농촌의 현실을 고발한 작품이라면 〈밥상을 엎어라〉는 농산물 개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알리고, 믿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로 식탁 안전을 지켜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6마당으로 짜인 이 작품은 2005년 3월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모두 67차례 공연됐으며,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를 통해 응어리진 농심을 달래주는 알짜배기 농민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출가인 송병갑씨는 “자신들의 애환을 다룬 내용에 공감하는 농업인은 물론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도시민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 작품이 우리나라 각 가정의 밥상을 국산 농산물로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밥상을 엎어라〉는 지금까지 주로 농촌을 중심으로 공연돼왔는데, 앞으로 큰들문화예술센터측은 도시지역에서 공연 기회를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식문화를 바로잡으려면 결국 농산물을 소비하는 도시 주부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 농업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055-852-6507~8. www.onekoreaart.or.kr
사천=이승환 기자 lsh@nongmin.com
해학 넘치는 농촌 마당극 '밥상을 엎어라' (200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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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농민신문 작성일2008.11.10 조회5,646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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