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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에서 크게 한번 놀아보자(20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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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상대신문 작성일2009.11.16 조회5,1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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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에서 크게 한번 놀아보자


얼마 전 ‘개똥벌레’를 불렀던 한돌 씨가 “한글 망치는 요즘 노래 ‘황소개구리’ 같다”라고 했다. 요즘 가요는 강렬한 기계음으로 인해 한글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락’까지 망치고 있는 게 아닐까? 게다가 우리 음악을 두고 따로 ‘국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인지 대학생은 국악은 어렵고 ‘옛것’이란 고정관념을 가진다. 이에 ‘우리 글’과 ‘가락’으로 이뤄진 풍물과 탈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극단 ‘큰들’을 찾아갔다.

마당극, ‘큰들’이 노래한다

‘둥둥둥’ 울려 퍼지는 신명나는 북소리는 흡사 심장 소리 같다. 그 박자마저 심장박동수를 닮았다. 그래서일까, 마당극을 보고 있으면 내용뿐만 아니라, 음악이 주는 흥과 에너지에 알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
마당극은 탈춤과 풍물을 접속시킨 공연이다. 다만, 여기서 사용되는 탈은 비중이 큰 하나의 소품이다. 마당극의 내용 면도 탈춤을 이어받아 소시민들의 애환과 희망, 여성문제와 평등, 통일, 나아가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다루는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다. 풍자와 해학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탈춤의 숨은 의미는 퇴색되지 않게 지키면서 현대적인 연출을 꾀하고 있다. ‘진주 큰들’이 들려주는 마당극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극단 ‘큰들’은 94년도에 ‘진양 살풀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다가 97년부터 마당극을 주로 다루기 시작했다. ‘진주 큰들’, ‘사천 큰들’. ‘산청 큰들’, ‘창원 큰들’로 이뤄져 있으며 그 시발점이 되는 것은 ‘진주 큰들’로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극단명 ‘큰들’ 역시 진주시의 옛 지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진주 큰들’은 주로 7개의 마당극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창작 마당극까지 도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일본에서 12번의 공연을 했다.
TV에서 보는 대부분의 경상도 마당극은 내용의 배경이 어디인지 간에 대표적인 경상도 말인 대구와 부산말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진주 큰들’은 내용의 배경이 되는 지역 언어를 사용한다. 일반시민이 사용하는 말이 곧 대사가 되고, 그 대사를 통해 ‘진짜’ 살아있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극단대표 전민규 씨 “단원들끼리 인정과 배려를 기반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마당극을 하는 것이 ‘큰들’의 목표입니다. 맛깔스런 세상이 되는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처럼 ‘큰들’은 강습회원을 두고 있어 시민이 풍물을 배우고 실제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5백 50명 정도의 강습 회원 중 1백 30명의 회원은 매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풍물공연을 선보인다. 이처럼 전문적인 마당극을 선보이는 배우가 아닌 시민의 참여로 대규모의 풍물을 선보이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한다.
극단 ‘큰들’ 기획실장 이은숙 씨(자연과학대 식품영양 94학번 동문)는 “요즘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그런 마당극이 아니에요. 현대적 감각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선입견을 버리세요.”라고 전했다.

나는 진정한 ‘딴따라’이고 싶다


















갈대가 바닷물결을 이루는 언덕 옆, ‘큰 들’의 본부에는 실내외 연습장과 함께 의상실, 소품실이 있다. 실내 연습장에서 ‘굿모닝 허도령’을 연습하는 단원들을 만나러 가던 도중, ‘큰들’ 극단의 배우이자 소품담당인 박춘우 씨가 소품실 옆에서 인조바위를 다듬고 있었다.
기획실장 이은숙 씨는 “저희는 그야말로 자급자족 극단이에요. 어떨 땐 1인 17역까지 하는 일도 있어요.”라고 웃으시면서 극단의 또 다른 가족인 닭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구와 북, 꽹과리를 메고 가면을 쓰며 연습하고 있던 김혜경 씨는 “마당극은 별도의 무대가 필요 없어요. 한마디로 열린 공간이죠.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죠. 일반 무대에서는 조명 때문에 관객들의 표정을 볼 수 없어요. 하지만 마당극을 하면서 관객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나 흘리시는 눈물을 볼 때면 정말 ‘하나’가 된 느낌이에요. 그야말로 ‘같이 한판 놀아보자’예요.”

올해로 12년째 극단 ‘큰들’에서 마당극을 하는 그녀의 대답에서 매번 관객과 ‘같이’ 울고 웃었던 시절을 볼 수 있었다.
대학 재학 시절, ‘극예술연구회’를 정통 연극을 공부한 그녀지만 ‘큰들’과의 인연으로 풍물을 배우고 마당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배우들이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무대극이라면 마당극은 달라요. 무엇보다 고정된 관객들이 아니니깐 같은 공연이라도 매번 공연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관객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추임새도 넣으시니까요. 야외공연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도 많아요.”
그녀는 날씨나 장소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순간도 많았지만, 공연 도중 자신의 입에 떡을 물려주셨던 할머니 같은 분이 계셔서 항상 행복하다고 했다.
처음 가는 장소에서 제대로 된 사전연습 없이 공연할 때도 있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배우들이 선사하는 ‘임기응변’은 마당극만이 가지는 하나의 매력이다.

또 한 명의 ‘큰들’ 단원인 김완수 씨(공과대 토목 95학번 동문)는 ‘경상대풍물연합회’로 풍물을 연습하며 그 매력에 빠졌다.
“저도 당연히 졸업 후 취업 때문에 고민했었죠. 하지만 일반 회사원, 공무원은 제가 원했던 삶이 아니었어요. 풍물을 계속하자니 그 속에는 박자와 신명만 있고 언어가 없었어요. 그 점을 보완한 것이 마당극이었요. 마음을 모으고 뜻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극단에 들어오게 됐어요.”
8년째 마당극을 하면서 전국을 돌고 국외를 다니지만, 그 역시 처음 연기를 도전했을 때는 다른 누구나처럼 힘든 과정을 겪었다. ‘큰들’의 단원들은 필요하다면 재즈 무용과 발레를 배웠고 무술을 연마했다. 작은 역으로 걸음마를 시작해서 배우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닿기까지, ‘큰들’ 단원들은 종합예술과정을 밟는 것과 다름없다.

“마당극은 관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날 때는 오히려 배우들이 감동을 하고 옵니다. 그동안 연습한 것들을 분출하고 나오면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께서 ‘내 생에 이런 공연을 볼 줄 몰랐다’고 말씀 해 주실 때는 그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어요. 저절로 눈물이 흘러요.”
연일되는 정기공연에 몸이 지쳐도 음악이 나오면 신기하게도 아픈 것이 말끔히 낫는다던 그에게 마당극은 마약보다 지독한 것이었다.


박윤정 기자(pyj90@gnu.ac.kr)

※ 이 기사의 저작권은 경상대신문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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