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 이하 큰들)가 지역 콘텐츠 또 하나를 선보였다. 마당극 <동의보감 산청! 효자뎐>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산청한방약초축제 마당극 특설무대에서 펼쳐졌다.
진주 <진주성 싸울애비>, 김해 <여의와 황세>, 산청 <허준>, 경북 안동 <굿모닝 허도령> 등 최근 몇 년 새 큰들 작품 가운데 지역을 소재로 한 마당극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효자뎐> 역시 마찬가지다. <허준>에 이어 산청 이야기를 담아냈다.
경호강 래프팅, 산청 곶감, 호랑이, 쏘가리, 황매산 철쭉, 반달곰 등 산청을 나타내는 거의 모든 걸 쏟아낸다. 심지어 이재근 산청군수의 이름까지 불렀다. 가장 많이 의도적으로 말하는 단어를 꼽으면 산청일 거다.
극 곳곳에 산청 녹여 홍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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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 마당극 <효자뎐>. /이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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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의뢰를 받아 만드는 공연은 관제 또는 홍보 수단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예술적 강박 관념도 끼어들 만하다. 지역을 알린다는 데도 마당극의 목적이 있겠지만, 작품의 메시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큰들은 '효'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택했다. 여기엔 우리가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1995)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봐온 가족의 모습이 있다. 출세에 눈이 어두워 가족의 희생이야 당연하게 여기는 형 귀남과 까불면서도 착실한 아우 갑동이 이야기의 뼈대가 된다. 귀남이 한양서 돈이나 부쳐주길 바랄 때 갑동은 어머니 병을 고치려고 약초를 찾아 나선다.
액자식 구성이다. 유의태와 허준이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된 걸 축하하며 막을 올린다. 허준이 마당극 한 편으로 한턱 내겠다고 말한다.
이번 마당극이 큰들을 옭아맸다면,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관제에서 벗어나야 했고, 자칫 단조로울 법한 효성 지극한 자식의 이야기도 극단만의 표현 방식으로 뚫고 나가야 했다. 큰들은 두 가지를 통해 제약들을 떨쳐내는 듯했다.
사회문제 뒤섞어 공감 이끌어
우선, 1시간 동안 웃기고 울리는 리듬을 살려냈다. 들쑥날쑥한 호흡이 아니다. 특히, 갑동의 아제 임뻥과 임뻥 어머니는 중심을 잡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인물들의 거침없는 언동에 웃음이 뒤따랐고, 주인공 갑동의 땀이 눈물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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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세상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래프팅 배를 놓고 "함미는 위험하다. 함수에 앉아라"라며 천안함 침몰 사건을 빗댔다. 멀쩡하던 배가 두 동강난 까닭에 대해서도 사람들 의견이 갈린다. '떡검'(떡값을 받아먹는 검찰)은 강도 높게 까발린다. 권세 높은 양반이 받아먹는 건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풍자했다.
젓는 노나 사람만 한 산삼 등의 소품 활용, 꽹과리·장구 등을 쓰는 효과음은 이미 큰들의 장기다. '강말순과 강끝순', 이름이 비슷해 생기는 일도 되풀이되면서 반전이 된다.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는다. 해피엔딩이었다. 이틀 동안 네 차례 공연. 매회 500여 석의 자리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붐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