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약초골' 산청에 이름이 각각 갑동과 귀남인 형제가 살았어요. 귀남은 장차 집안을 이끌어가야 할 장남, 갑동은 철없는 막내아들이랍니다. 둘은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지요.
하지만, 둘이 생각을 조금 고쳐먹어야 할 듯합니다. 이리저리 까불고 다니는 천둥벌거숭이 갑동 때문에 허구한 날 어머니는 애태우고, 귀남은 장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다 집안을 위해서라며 동생과 어머니의 희생쯤이야 당연하다고 여기지요.
어느 날, 귀남이 내의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쓰러진 집안도 다시 일으키겠다면서 한양으로 떠납니다. 그러나 곧 불행이 찾아와요. 촌놈한테 한양은 온갖 유혹이 도사리는 곳이 돼버리지요. 그래도 한양 간 아들 녀석 뒷바라지하겠다며 어머니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어머니의 병환이 더욱 심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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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한방약초축제에서 공연할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마당극 <동의보감 산청! 효자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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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마냥 천방지축이던 갑동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봐요. 어머니 병을 고치려고 지리산 산청 산삼을 찾아나선 겁니다. 하지만, '정성이 하늘에 닿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산삼을 발견하기란 어지간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천신만고 끝에 갑동이 산삼을 구하게 됩니다.
갑동이 이젠 어머니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철들지 못한 귀남이 이걸 가로채 버립니다. 출세에 너무 눈이 멀어 어렵게 구한 그 산삼마저 밑천으로 삼겠다며 가져가 버린 겁니다.
불행히도 뒤늦게 고향집에 온 귀남이 보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는 안 계십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로도 알 수 있어요. '자욕효이친부대(子慾孝而親不待)'. '자식은 효를 다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네'라는 뜻입니다.
하루하루 부모님 또는 부모님과 같은 분들에게 효를 실천하며 살아야겠죠? 마당극 <동의보감 산청! 효자뎐>의 줄거리입니다. 사물놀이와 마당극 공연을 꾸준히 해온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가 산청에서 문화 콘텐츠 또 하나를 만들어낸 거죠. 앞서 큰들은 산청에서 <허준>을 만든 바 있습니다. 둘 다 산청한방약초축제 공식 지정 마당극입니다.
배우들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약초의 고장 산청을 알립니다. 해마다 래프팅 즐기는 인파로 붐비는 경호강과 빼어난 정취를 자랑하는 지리산이 배경이 되죠. 특산물 산청곶감이나 류의태 약수터 등도 빼놓을 순 없겠죠. 공연 도중 여기저기서 산청아리랑도 울려 퍼집니다. 산청에서 태어난 국악인 박헌봉(1907~1977년)의 제자들이 스승이 품은 고향 사랑을 오롯이 담아 만든 노래랍니다.
7일(금) 오후 3시 마당극 <허준>을, 어버이날인 8일(토)부터 9일(일)까지 이틀 동안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동의보감 산청! 효자뎐>을 산청한방약초축제 마당극 특설무대에서 볼 수 있어요. 무료. 문의 055-742-0802. www.onekoreaar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