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이하 큰들)가 또 하나의 지역콘텐츠를 선보였다. 마당극 <최 참판댁 트위스트>가 지난 26일 하동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 펼쳐졌다. 큰들은 최근 몇 년 새 진주, 김해, 산청, 안동 등 지역을 소재로 한 마당극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하동을 배경으로 한 <최 참판댁 트위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순전히 지역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하동 악양면 평사리라는 지역적 배경에 소설 <토지>의 내용을 접목했다. 작품을 통해 지역성과 지역 문학의 스토리텔링적 접목을 시도한 것. 이미 지난해 <최 참판댁 경사났네>라는 작품을 통해 시도했던 것을 진일보시켰다.
이는 2010경상남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최 참판댁 트위스트>를 만들면서 '스토리텔링을 통한 경남의 전통문화자원 복원과 활용 연극'을 내세워서다.
그래서 큰들은 경남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모델인 소설 <토지>와 전통문화자원인 최 참판댁을 두루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 참판댁 트위스트>는 내용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면의 확장도 이뤘다. 최 참판댁 안채 마당과 안채를 모두 활용해 극적 사실감을 한층 높인 것.
<최 참판댁 트위스트>는 1사간 동안 웃기고 울리는 리듬을 잘 살려냈다. 웃음과 신명이 절정에 달하던 때에 갑작스레 숙연해진 호흡은 극의 몰입을 더욱 심화시켰다. 신명나는 풍물굿에 익살스런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이어지더니, 이내 집과 땅을 빼앗긴 어린 서희가 한 서린 '원통가(?)'로 일순간 무대와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어버린 것, 그러나 이내 조준구와 아내 홍 씨가 중심을 잡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너무나 급작스런 상황변화에 극의 정체가 우려되는 순간 장윤정의 '트위스트'로 일순간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아울러 소설 토지가 내포한 의미를 놓치지 않았다. 조국 독립과 친일파 처단의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러나 최 참판 몰락 이후 서희와 머슴 길상이 평사리 땅을 되찾는 과정이 압축적으로 그려진 점은 아쉬웠다. 더불어 양반댁 규수와 머슴의 결혼이 가지는 시대의 상징성을 현실 시대에 좀 더 빗댔다면 메시지가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한편, 큰들은 이번 레지던스를 통해 신진예술가를 발굴해 마당극의 지속가능성을 엿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4명의 신진예술가와 악양주민 이동진, 최명옥 씨를 무대에 세웠다. 이는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신진예술가들은 마당극을 처음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고, 또 가장 돋보였다. 그리고 악양주민 두 분은 어색한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극의 재미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