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여러분의 땀과 희생이 우리 조국의 독립에 큰 밀알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소."
사천의 한 마당극 연습실. 우렁차게 울리는 주인공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반드시 조국 독립을 이루겠다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진중한 작품 내용에 배우들의 눈에도 진지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곧 풍자와 해학이 스며있는 마당극의 특성에 맞춰 익살스런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연출가와 배우들은 한 장면을 두고 완벽한 동선을 만들어내고자 1시간 동안 토의와 토론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21일 찾은 사천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에서는 마당극 연습이 한창이었다. 작품 제목은 <최 참판댁 트위스트>. 연습장면은 주인공 김길상이 일본 군경의 눈을 피해 만주로 달아나고서 독립운동을 함께 할 동지들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 이름과 내용 면에서 한 번에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재구성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큰들이 <최 참판댁 트위스트>를 레지던스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경남의 전통문화자원 복원과 활용 연극'을 레지던스 방향으로 잡아서다.
'경남 전통문화자원 복원' 내걸고 <토지> 재구성한 마당극 제작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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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들은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여러 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하동 최 참판댁을 찾아 최영욱 토지문학관 관장에게서 <토지>가 가진 핵심 내용과 문학적 가치를 알아보고, 하아무 토지문학관 사무국장에게 대본 감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외부 전문 강사들을 초청해 마당극에서의 발성과 안무, 판소리를 주제로 세 차례의 워크숍을 열어 세부적인 부분에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큰들은 지역 마당극의 인적 토양을 다지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레지던스 사업에는 중견예술가 11명과 더불어 신진 예술가 4명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 다양한 장르의 전문예술인들과의 복합 교류를 추진하는 다른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달리 신진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앞으로도 마당극 배우로 활약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다.
<최참판댁 트위스트> 26일 첫선…신진예술가도 선발해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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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 씨와 이 씨는 스스로 마당극 배우가 되고자 자청한 경우. 한 씨는 본래 연극 연출을 전공한 영화학도다. 그는 영화를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고자 연기에도 관심을 두면서 큰들 단원인 친구의 소개로 극단에 자주 드나들게 됐고, 마당극 배우로서의 끼가 단원들의 눈에 띄었다. 그는 "마당극에는 기존의 연극, 정통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신선한 부분이 있다"며 "연습을 하면 할수록 마당극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창원 큰들 단원인 어머니의 권유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천 큰들의 작품을 보며 배우로서의 꿈을 키워오던 가운데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만난 것이다. 이 씨는 "항상 동경해오던 무대에 내가 선다고 하니 매우 새롭다"면서 "어릴 때 마당극 무대에 선 사람들이 마치 연예인처럼 느껴졌는데 그 무대에 함께 서게 될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천 큰들은 오는 26일 하동 최 참판댁에서 있을 초연에 주민 배우를 섭외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작은 배역으로나마 마당극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또 관심을 두면 전문배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큰들이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과 '신진예술가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았을지 궁금하다면, 오는 26일 오후 2시 하동 최 참판댁을 찾아 확인하면 된다.
◇큰들문화예술센터는
1984년 진주에서 태동했다. 1983년 8월 '물놀이 패'라는 이름으로 창단 준비 후 1984년 '큰들'로 출범했다.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건강한 지역문화를 연구해 현대에 맞게 창조·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1997년 10월 '큰들문화예술센터'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활동 영역을 문화 전 분야로 넓히고, 전국을 무대로 매년 수십 회의 예술 공연을 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 마당극 공연, 국악공연, 국악강습, 노래공연, 문화행사기획, 영상사업 등이 있다. 현재 진주를 비롯해 사천, 산청, 창원에 지부를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