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싸바이디 라오스...-김혜정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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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응암라이 작성일2011.05.04 조회5,587회 댓글0건본문
싸바이디 라오스! 안녕 라오스! | |||||||||||||||||||||||||||||||
라오스의 그 맑은 얼굴들을 내년 삐마이에도 볼 수 있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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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때문에 찾아본 라오스 정보들은 낯설고도 신비로 왔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인식조차 하지 못했을 그 나라에, 그 나라의 신년축제(삐마이)에,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인 루앙프라방과 그 나라의 수도 비엔티엔에 한국의 소리를 떵!떵! 울리고 오니 마음속에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밀물져 온다. 아직도 함께 잡은 손으로 전해오던 그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어깨 걸고 함께 나눈 웃음, 함께 부른 강강술래가 귓가에 남아있다. 2011년 4월 12일 "해피뉴이어 라오스!". 새해의 복을 나누는 삐마이 축제가 시작되는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키다리 야자수가 낯설지만 순박하고 정겨운 첫 인상이 싫지 않다. 현지 언론사인 <아세안투데이>관계자들과 <수파누봉>대학교 교수님과 제자들이 마중 나와 환영해주신다. 든든한 마음, 1주일동안의 공연이 잘될 것 같다.
우리 공연은 길놀이로 시작된다. "갠지갠지 갠지개갠" "덩덩 덩따 궁따". 풍성한 풍물소리가 발디딜 틈없는 축제의 거리를 헤집고 울린다. 땡땡한 햇살아래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풍물복을 차려입은 풍물패들이 지그재그로 걷는 모습은 그대로 춤이 된다. 힘차고 낯선 풍물소리에 라오스인들도, 관광 온 외국인들도 눈이 휘둥그레져 쳐다본다. 인사를 한다. 사진을 찍는다. 동영상 촬영을 한다. 교차로에서 잠시 놀다 흥이 오르니 손뼉치고 손 흔들며 풍물패를 따라 온다. 오홋!~ 뒤따르는 행렬을 이끌고 루앙프라방 주정부 문화국 야외공연장으로 가서 본격적인 공연을 선보인다. 먼저 현란하면서도 힘차고 변화무쌍한 <풍물판굿>이다. "부~ 부~ 부~우~". 시작을 알리는 나발소리에 호기심어린 눈동자들이 반짝인다. 머리위에서 일체를 이루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얀 상모꼬리가 신기한가 보다. 마당극적 연기가 살짝 가미된 익살스런 버나돌리기는 재미나 죽겠단다. 수장구의 아름다운 자태에 잠시 넋을 잃는다. 여러가지 악기의 개인놀이 끝에 열두발 상모가 커다란 원을 그리고 나면 보여주는 공연인 <풍물판굿>이 끝난다.
세계 각국 사람들아, 자~ 이제 함께 어울려 놀아보자. 잡색들의 굿거리 춤사위 따라 너도 나도 손에 손을 잡는다. 커다란 원이 만들어진다. "강~강~수~울~래~". 한발 두발 발걸음 맞춰가며 소리꾼의 뒷소리도 따라 해본다. '얼쑤!' 소리가 제법 맞아간다. 동양인, 서양인, 노랑머리, 깜장머리,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남녀노소 각양각색이던 보폭과 몸놀림이 장단을 타며 조화를 이뤄간다. '하이고메~ 보기도 좋은거~'. 덧뵈기 장단으로 넘어가며 멍석말기, 기차놀이, 동대문놀이를 한다.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도 보고 마주보고 손뼉도 치며 한국의 대동놀이를 자연스레 익히고 즐긴다. 그런 세계인들 속에서 한국인인 나는 마냥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큰들 단심줄 대동놀이>의 백미, 단심줄 등장 하랍신다아~ 이미 여러 가지 놀이로 마음을 맞춘 관객들은 자연스레 단심줄을 잡고 능란한 잡색들의 지휘에 맞추어 형형색색 줄을 꼬아간다. "어루액이야, 어루액이야, 어기영차 액이로구나~" 액맥이 타령 구성지게 울린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단심줄을 올려다 본다. 지구촌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놀면서 순식간에 만든 작품에 감탄한다. 마지막으로 힘차게 몰아치는 휘모리 가락과 소리꾼의 아리랑 노래에 맞춰 발을 구르며 연신 뛰어오른다. 춤을 춘다.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사람처럼 웃고 또 웃는다. "사바이디", "안녕하세요", "속디 삐마이", "복 받으세요", "땡큐", "컵자이더", "감사합니다~~~" 소리를 지르며 복을 기원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공연을 다함께 마무리 짓는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핏줄, 언어, 민족, 문화, 나라가 달라도 한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이것! 놀이를 통해 서로 부대끼며 눈빛으로 마음을 알아간다. 말이 필요 없다. 내 갈 길을 알고 상대방 올 길을 알아 배려하고 협동하여 완성한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는 것, 이것이 또한 평화이고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큰들 라오스 공연의 가장 큰 의미는 이러한 예술의 힘, 한국전통예술이 갖는 대동(大同/크게 하나됨)의 신명을 전하고, 또한 나누고 온 것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그렇게 루앙프라방 거리와 주정부 문화국 야외공연장에서 4번, 비엔티엔의 라오스국립문화예술회관에서 1번으로, 공식적인 5번의 공연 모두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 아자! 그리고...... 글로 다 쓸 수 없는 많은 사람들과 에피소드들이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 사람이든 물(복을 상징)을 뿌려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새해 삐마이 축제, 우리 공연팀도 틈틈이 함께 즐긴 쏟아지는 물벼락, 루앙프라방의 마지막 공연마치고 선물을 나누어 주었을 때 너무 좋아서 기쁘게 웃던 어린이들, 공연 때마다 와서 도와주고 좋은 인연 이어가자고 약속한 수파누봉 대학생들, 공연 끝나고 준비해온 설문지를 들고 가면 'Wonderful!' 연발하며 흔쾌히 설문에 응해 준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 큰들 공연을 보고 한국전통예술 공연을 유럽에서도 보고 싶다고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않던 네덜란드 관광객 리니 할아버지와 에스파냐인 마리아 아줌마, 아시아의 놀라운 문화에 극찬하며 공연 후에도 우리 공연단을 따라다니며(숙소까지 따라오심) 많은 이야기를 했던 홍콩계 영국인 메이트시, 눈물 글썽이며 고맙다고 말하는 그들과 헤어지며 우리 공연팀들의 가슴속에 우리문화를 지켜가는 사람으로써의 긍지가 샘솟던 순간들......
4월 20일, 짧은 날이지만 깊은 정이 들어 버린 라오스를 떠나는 날이다. 갑자기 비공식적인 공연 하나가 생겼다. 비엔티엔 인근마을에 있는 하이초등학교. 전교생 70여명, 4명의 선생님, 인근 마을 사람들 몇 분과 함께 했던 소박한 공연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순박하게 깔깔거리던 아이들 떠올리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합장한 두 손에 수줍은 웃음 지으며 "싸바이디~(안녕하세요)"하던 라오스의 그 맑은 얼굴을 내년 삐마이에도 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큰들문화예술센터 김혜정 사업단장]
* 본 기사는 큰들문화예술센터 김혜정 사업단장이 아세안투데이에 기고한 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