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마의 날' 행사 등 연일 일본 정부가 벌이는 독도 도발이 국민 심기를 자극하는 가운데서도, 도내 문화예술단체와 일본 문화예술단체의 민간차원 교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역사적·외교적 갈등은 잠시 뒤에 두고, 문화예술을 통한 공동체 가치 실현으로 끊어져서는 안 될 양국 우호 협력관계 유지에 작은 보탬이 되려는 노력이다.
진주·사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이하 큰들)가 창단 이후 세 번째 일본 공연에 나선다.
일본 음악단체 로온(근로자 음악감상협회) 초청으로 오는 12일 일본 기타큐슈 사가현을 시작으로 내달 3일 도쿄 공연까지 12개 지역에서 13차례에 걸쳐 풍물 판굿, 판소리·민요, 마당극 등 한국 전통문화예술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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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큰들문화예술센터의 일본 공연 모습(왼쪽)과 일본 관객들. /큰들문화예술센터 |
지난 2006년 큰들과 인연을 맺은 로온은 59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단체로 일본 전역에 40여 개 지부와 2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로온 회원 9명이 창원 큰들 정기공연 130명 사물놀이 공연에 참가하는 등 큰들에 대한 애정과 한국의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 로온 외에도 일본 북부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적게는 30명, 많게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공연을 준비한다. 홋카이도에서는 4개 지역에서 모두 5차례 공연이 펼쳐지는데, 이 중 삿포로 지역은 1100석 극장에서 2회 공연을 유치할 정도로 이번 공연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높다.
큰들은 일본 공연에서 마당극 〈순풍에 돛달고〉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우리 민족, 특히 이산가족 이야기다. 지난 두 차례 공연을 통해 2만여 일본 관객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큰들은 이번 공연에서 일본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극 중 중요한 대사는 일본어로 바꾸어 공연한다. 이를 위해 재일교포, 일본어 통역, 일어일문학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번역 작업을 했다.
또한 풍물 공연 시작 전 일본인들이 직접 한국에서 배워 간 사물놀이를 축하공연 형식으로 보여줘 양국 간 문화를 통한 우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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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큰들문화예술센터의 일본 공연 모습(왼쪽)과 일본 관객들. /큰들문화예술센터 |
올해 무대는 지난 2011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2012년 말 이미 공연 지역과 장소가 확정됐다. 지난달 15일에는 일본 공연기획자 18명이 큰들을 방문해 공연 작품들을 미리 감상하고 평가하는 리허설도 가졌다.
벌써 세 번째 큰들 공연을 초청한 히메지시(市) 츠쿠타니 오사무 씨는 이날 시연회를 본 뒤 "좋은 무대는 몇 번을 보아도 훌륭합니다. 당연히 큰들 공연도 그런 공연 중의 하나입니다. 꼭, 많은 사람과 이 공연의 감동을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전민규 대표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말살하려 한 우리 전통문화가 100년이 흐르고 나서 일본인들에 의해 사랑받고 공연까지 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라면서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 참여 등 한·일 관계에 긴장과 갈등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일본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나서,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데 이바지하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