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단은 마당극 <허준>작품을 만드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루가 아쉬운 와중에도 공연이 잡히면 어김없이 관객들을 만나러 가야되지요.

지난 월요일 곤양에서 사천시 농민회 발대식이 있었습니다.
극단은 이날 길놀이와 풍물판굿 공연을 했답니다.
올한해도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농민들의 땀방울로 지은 농산물이 제값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풍물을 울렸답니다.

농사를 지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관광버스까지 대절시켜 발대식에 참가하러 오셨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평소에 잘 입지 않으시는
정장을 한벌로, 그 안에 예쁜 흰블라우스 입으시고
분홍색 루즈까지 바르시고 오셨어요...
발대식에 참가하려고 일찍부터 정갈한 마음으로 단장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농민가는 잘 모르지만 그저 힘없는 주먹을 쥐고 흔드시기도 하고,
손뼉을 치시며 박을 맞추시기도 합니다.
구호를 따라 하시는 것도 멋적어 하십니다.

농민, 노동자들 앞에서면 절로 숙연해집니다.
고생한만큼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 안타깝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잔꾀를 부리는 법이 없고
끈기와 인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 의연함과 강인한 의지앞에 한없이 부끄러우면서도
또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이런 공연은 되려 많은 것을 얻고 오는 공부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