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 시작 경상대 후문서 50명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느새 국민가요가 돼 버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지난 5월 8일 이 노래가 진주에 들리기 시작했다. 이날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후문 너른 터에서 50명의 학생이 모여 촛불을 들었고, 주변에 지나가는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진주 촛불문화제의 시작이었다. 이어 9일 전국동시다발 촛불문화제가 진주시내 대안동 차 없는 거리에서 열렸다. 이때 참석인원은 200여명. 촛불문화제의 주역인 중고등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때였다. 10일 토요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참가규모는 250여명 가량. 학생들 중심으로 보여 학교 자율화 등 교육관련 이슈 등이 자유발언을 통해 터져 나왔다. 대규모로 찍어낸 피켓보단 손으로 직접 그린 구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러 나온 학생주임과 교육청 관계자도 부쩍 늘었다. 5월 14일에는 100명이 차 없는 거리로 나와 자리를 지켰다.
다양한 계층 참여 문화공연과 발언 즐겨 17일 토요일에는 무려 400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을 끌어 모은 이들도 학생들이었다. 락 공연에 발라드, 풍물, 댄스까지 청소년 인권 단체 ‘행동하는 청소년’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엄숙함과 비장함은 날려버리고 한바탕 청소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23일에는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신안동 분수대 앞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람 쐬러 나온 주부들과 산책 나온 시민들이 편하게 집회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300여명이 함께 했다. 촛불이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때는 기습적으로 장관고시가 통과된 29일. 이날부터 매일 촛불집회가 진주를 밝혔다. 29일 300명, 30일 300명, 31일 500명, 6월 1일 100명, 2일 150명, 3일 300명, 6일 200명, 7일 300명, 8일 100명, 9일 100명이 모였다. 마당극으로 유명한 큰들문화센터, 지역민중가요노래패 맥박, 노동자문화패 새노리 등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에서 공연 등을 선보이면서 늦봄과 초여름 저녁을 들뜨게 했다.
문화패들이 ‘즐거운 축제’ 이끌어 6월 10일에는 1000여명이 거리나와 진주시내 중심가를 빛의 물결로 수놓았다. 6월 10일 집회에는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나온 대학생, 학교 자율화조치에 신음하는 중고등학생, 아이의 먹을거리가 걱정돼 유모차를 끌고나온 주부, 고유가에, 생활고에 신음하는 노동자, 농번기에 바쁜 일손을 잠시 뒤로 미룬 농민, 일을 마치고 나온 직장인도 한손엔 촛불을, 한 손엔 피켓을 들고 차 없는 거리에 나와 촛불을 밝혔다. 하지만 10일을 기점으로 참가자 숫자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13일과 14일에는 150여명이, 21일 200명, 25일 100명, 26일 100명, 27일 100명, 28일에는 300여명, 7월 3일 200명, 4일 200명이 모였다.
7월 7일 촛불미사 서울에 이어 두 번째 서울에서 40만 명 이상이 모였던 7월 5일에는 진주에서는 약400여명이 나와 기존의 공연과 자유발언 형태에서 새롭게 노래자랑 형식을 선보이며 시민들과 한바탕 축제를 즐겼다. 7월 7일은 진주지역 신부님들이 청소년수련관 광장으로 총출동했다.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는 첫 시국미사였다. 종교 간의 벽을 넘어 불교계도 함께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외쳤다. 당시 참가인원은 200여명. 당시 강민아, 윤선숙, 전병욱 시의원이 시민들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촛불이 길어지고 방향성 모색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던 7월. 참가인원은 적지만 매주 1회 이상 시민들과 함께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1일과 12일에는 각각 50명과 100명이 자리를 지켰다. 17일 역시 50명, 지난 26일에는 100명이 차 없는 거리에서 초를 흔들었다.
현재는 숨고르기 중 줄어든 인원만큼 진주 촛불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에는 여름휴가를 겸해 촛불문화제가 1주 쉰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소비자운동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을 계속 하고있다. 아직 진주지역 대형유통할인매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 계획이 나오지 않아 불매 운동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8일 지역대책위 차원에서 촛불의 방향성에 대해 토론회를 열고자 했으나, 5개 단체 밖에 참여하지 않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진 못했다. 한 번도 촛불 집회에 빠진 적 없다는 30대 주부는 “요즘은 많이 시들해진 것 같지만, 말해야하고 알려할 사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숫자가 적더라도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사회자가 촛불을 지켜내자고 말할 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진주 대책회의 관계자는 “촛불을 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슈가 있으면 언제든 크게 타오른다. 전국적인 상황과 맞춰 진주도 비슷한 행보를 취할 것 같지만,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촛불문화제 행사 비용은 얼마? 진주는 작은 도시다. 평균 참가자들은 100명에서 200명 내외. 200명을 기준으로 초를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은 평균 4~5만 원선. 종이컵과 초는 재활용을 통해 2~3회 가량 쓴다. 실제 가장 많은 돈이 드는 것은 방송음향장비. 평균대여 비용이 40만원 정도가 든다. 촛불문화제때 적게는 10만원서부터 100만원까지 촛불 모금함이 채워지며, 이 돈은 다음 행사 때 사용된다. 촛불문화제의 사회는 경상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보고 있다. 강무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