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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병장 곽재우를 이야기한 <홍의장군 곽재우>(의령)와 논개의 삶을 다룬 마당극 <논개>(전북 장수), 2006년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여의와 황세>(김해), 2008년 허준을 통해 한방약초의 고장 이미지를 내세운 <허준>(산청)과 하회탈에 연관된 허도령 설화를 모티브로 한 <굿모닝! 허도령>(경북 안동).
마당극단 큰들문화예술센터(아래 큰들)가 선보였던 공연들을 보면, 이처럼 지역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역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극화해 지역 주민과 만난다는 것이다. 큰들 안에서 '작가'로 불리는 임경희(32) 씨는 이런 이야기들을 써내는 일을 맡고 있다.
큰들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9년. 안동대에서 민속학을 전공하며 마당극 소모임 활동을 하던 중 1999년 대학 축제 초청공연이었던 큰들의 <난장>을 보고서 마음에 와 닿아 졸업 후 지금껏 단원으로 생활해 왔다.
원래 그는 <신토비리> <흥부네 박터졌네> <여자 죽자 살자> 등 여러 작품에 배우로 출연했고, 2004년 공동창작 집필활동을 하는 큰들 '창작단'에서 농민극 <밥상을 엎어라>를 준비할 때 극본 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후에 김해 가야세계문화축전 주제극 <여의와 황세>로 마당극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난해 6월 항쟁 20주년 기념 가족극 <6월의 꽃이 피었습니다>와 올해 5월 <허준> 등을 썼고, 얼마 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지정 마당극으로 오른 <굿모닝! 허도령>에서는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지역 소재와 내용을 어떻게 찾고 다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지역을 답사하는 게 기본이다. 특히, 이야깃거리를 찾으려면 박물관과 유적지 등을 둘러봐야 한다. <여의와 황세>를 만들 때 가야박물관이나 관련 유적지 등을 가본 게 큰 도움이 됐다. <허준> 같은 경우 한약 박물관을 다녀왔고, 무료 관광 투어를 신청해 현지 안내자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특이한 건 그의 글쓰기가 개인 집필이 아닌 공동집필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는 "큰들 단원으로서 글을 쓴다. 모든 단원이 함께 쓴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난장>에 감동…단원 생활 시작해, <허준>등 집필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야"
이어 "이건 마당극 특징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생각할 때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시놉시스(개요)를 작성하고 나면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가 따른다. 단원들이 재미없다고 느끼면 가차없다(웃음)"고 덧붙였다.
사실상 공동창작, 대표집필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대본은 세 차례 평가를 거친다. 지속적으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력 쌓인 배우들은 작은 부분도 마당극의 극적 장면으로 가능한지 볼 수 있다. 이런 도움이 부족한 면을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혼자 글을 쓰는 것보단 맘이 편하다."
하지만, 최종 평가 다음으로 결정짓고 수정·보완하는 작업은 임 씨의 몫이다. 그는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무조건 많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마구 웃다가 갑자기 울 수 있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 전통을 가지되 현대적으로 풀어야 한다"라며 탄탄한 대본 쓰기에 꼭 빠지지 않는 세 가지 원칙도 이야기했다.
아울러 지역 안에서 소재를 발굴해 공연하는 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주변의 이야기가 극으로 만들어지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래서 지역 축제나 지역 소재의 공연 속에는 항상 지역 주민이나 그와 관련된 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동을 이야기할 때 중간 중간 안동 사투리를 쓴다든지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식혜·소주 등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지역 축제나 공연은 늘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마당극에서 다소 거창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사랑·죽음·이별·전쟁반대 등 보편적 이야기도 놓칠 수 없다고 한다. "<허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건 동의보감 집필 목적이기도 한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주제다. <굿모닝! 허도령>도 옛날 탐관오리를 넘어 오늘날 정치인에 대한 풍자다. 극의 도입부에 '쥐잡기 놀이'를 하거나 대사에 천박·야박·협박·핍박·구박 등 '박' 자로 끝나는 말을 넣는 등 노골적으로 상징화하는 거다. 멜라민이나 종부세 등 최근 시사적 쟁점을 말하기도 했다."
또한, 마당극은 경계 없이 관객과 배우의 어울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마당극은 배우가 절반을 채우면, 관객들의 호응이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 함께 어우러져 노는 게 진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