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보고왔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갱 작성일2008.12.27 조회4,254회 댓글1건본문
맥주 한짝과 구워먹을 너비아니 두봉지에 마른김 셋트를 사들고
후배들의 전수지에 찾아갔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며
"너무 비싼거 아닐까...아 ..너비아니 한개 뺄까?.."
싶어 우물쭈물하는데
"우리 애들이잖아~" 이말 한마디에
미안한 맘, 사랑하는 맘이 섞여 울컹 해집니다.
그렇게 어두운 밤길 우리 후배 공대녀석들이
전수를 하고 있는 그곳으로 갑니다.
이 추운 겨울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또 어떤 멋진 열정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있을까?...
도착하자마자 진묵이, 상훈이..녀석들이 후레쉬를 들고 나옵니다.
행님~ 누나~~~! 하며 맞이해줍니다.
여전할줄은 알았지만
학교 교실 맨바닥에 은박롤을 깔고 전기장판을 줄줄이
깔아놓은 장면이 또 한번 가슴을 칩니다.
그리고 신문지를 겹겹으로 펼치고 그위엔 뻥튀기 과자와
먹다 말라버린 라면 안주를 벗삼은 조촐한 술자리가 보입니다.
창문들에는 군대군대 자보종이가 붙여져 있고
칠판에는 <소리남개의 주인공 소!주! 전수대>란 큰 글씨로 쓰여진 자보가
우리를 맨처음 웃게 만들었습니다.
좋았습니다. 나도 저때 저렇게 신나는 생각들을 하고
추워도 추위가 좋고, 없어도 없는게 좋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 저때가 있었다 싶었습니다.
우리 후배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저께 성탄절에는 서로에게 지점토로 선물을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상준이는 회진이에게 애국쇠채를 만들어주었죠
애국쇠채의 특징은 쇠뺨의 크기가 얼굴반만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패장영주는 진묵이에게 진묵이를 똑닮은 인형을 만들었는데
얼굴이 몸통의 3배는 된다는 겁니다.
그 인형을 본 이규희씨가
진묵이지점토 인형의(팔들이 거의 갈라져서 너덜해진 상태) 얼굴보다
삼분의 일은 짧은 두 팔을 덜컥 들어올리더니
진묵이지점토 인형의 코밑에 하나 걸치고
엉덩이에 하나 걸치면서
"영주니가 이래서 아직 공대의 얼을 다 모른다. 이정도는 해줘야ㅡ
진정한 공대지~"하며 모두의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콧물흘리고, 엉덩이 떵이 찍 나온 진묵이지점토 인형을 보며
그렇게 또 한잔...
이리저리 한잔들이 어찌 그리 맛나는지요~
좋은 얘기들 재미난 얘기들 전수얘기들 하며 그렇게
서로를 절실하게도 아끼는 시간들이 가고
지화자 해주고 나서는데
짠한 맘 든든한 맘 이쁜 맘 고마운 맘들이 섞여
밤하늘 별들이 다 내 맘같았습니다.
휴가의 첫밤이 그렇게 아름답게 지나갔습니다.
댓글목록
혜정님의 댓글
혜정 작성일
후배가 있는 선배의 힘겨움과 갈등과 고뇌는
오늘을 사는 새로운 에너지고
자기를 돌아보게하는 성찰의 계기고
미래을 설계하는 추진력이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을 기꺼워하고 행복해 한다면
우리의 앞날 조금도 두렵지 않고 창창하리라 생각한다.
큰들도 그렇고 큰들속의 너와 나도 그렇겠지..^^..
아름다운 휴가의 첫밤이 계속이어지길...
훌쩍 성숙해지는 새해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