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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곡에서 작성일2009.01.21 조회4,96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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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산화해간 용산 철대위 동지들

김도수 / 시인 해방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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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들어오는 구나

참나무 장작더미 위에 눈 지그시 감고 누워

때를 기다리는 큰 스님에게

스님 불 들어갑니다.

소리 들리고




그래

들어오는 구나 불이

번지며 사방으로 꽃 춤을 추며

소리를 지르며 타오르는 구나

뛰어 내릴까 도망이라도 칠까

갈등 할 찰나도 주질 않는 불

들어오는 구나






방한 비닐 포장을 대번에 뚫고

라면 박스 페인트 통 어지러이 널려있는

짝 없이 뒹구는 신발 덮치는 구나

한꺼번에 삼키려 달려드는 구나

어차피 숯 가슴은

타고나도 시커먼 숯 검댕이 일 뿐

도망치는 용역깡패 미주알 춤은

마지막까지 불꽃 속으로 숨어들고




뛰어가는 전투화

사슬소리 짧은 명령소리

시시각각 조여 오는 시계소리

황급히 망루 꼭두로부터

잠시 뒤에 칠거라는 소식을 듣고

분주하던 대책위는 또 정적에 휩싸인다.

타는 가슴 저마다 불을 지피고.




그래 그랫었지

푸른 하늘 높았던 운동회날

달리기 순서를 기다릴 때

공안 칼날이 서슬 퍼렇던 날

붉은 전등 가득한 지하실에서

옆방 비명소리 간간히 들릴 때





이제 곧 시작 할 테지

국가가 폭력을 자행하는 사이

또 철거민들이 생떼를 부린다며

온 나라가 한바탕 난리겠지.

그래 분명히 말해 둘게 있지

무자비한 폭력배 용역 깡패보다

방관하던 경찰이 더 무서웠지




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구나.

늘 술꾼이었고 못난 아비였지

맛난 거 먹고픈 너희들에게

하지만 기억해 다오 이 순간만은

끝내 망루를 버리지 못한

마지막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랑한다.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사랑한다.

불이 막 드는 구나

뜨거운 불

그래 뜨겁게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내여

아니 밝은 불꽃 속

왜 이리도 깜깜한가 이제

안녕

또 안녕

사물이여 모든이여

안녕


 

댓글목록

김임섭님의 댓글

김임섭 작성일

신지호 ...  당위성이 없는 놈 보다. 영혼이 없는 이런 놈이 더 무섭지,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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