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통하는 법] 방송인 김제동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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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금마티즈 작성일2009.07.28 조회4,300회 댓글0건본문
[내가 소통하는 법](6) 김제동 방송인
ㆍ“계산하지 않는 웃음·관심·이해 어렵지만 노력하고 싶은 세가지”
소통이라는 주제를 받아들고 나니 제일 먼저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방송 중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그 시간이 즐겁지만 처음엔 무척 긴장했었지요. 첫 인상이 그리 부드럽지도 멋지지도 못한 저로서는 아이들이 저를 보고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었고, 어떤 말로 다가가야 할지도 막막했었지요. 개다리 춤이라도 춰야 하나 별별 생각을 다하며 잠도 설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아이들과 친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더군요. 겁주지 않으며 다가가 아이들이 하는 말을 웃으며 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그 비결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불교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보시 중에는 남을 겁주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도 있다고 하지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보시라고까지 말할까 싶지만 사실 살아가면서 제가 다른 이들을 대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웃는 얼굴로 다가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참 못난 행동이었지만 때론 자신감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다가간 적도 있고, 때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흔히 ‘기싸움’이라고 하는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고, 너무 친한 척 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일부러 딱딱한 말을 써가며 거리를 두려고 한 적도 있으니까요.
사실 제가 만난 아이들처럼 제가 만난 어른들 대부분도 저에 대해 어쩌면 아무런 선입견도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제가 그 선입견을 굳히거나 편견을 만들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저 사람으로부터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오해할 수 있을 거라는 의심도 하지 않는, 아무런 계산이 들어있지 않은 웃음이야말로 누군가와 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던 걸 저는 모르고 살았던 거지요.
물론 그렇게 웃으며 다가가 마음을 오가는 길을 터놓은 뒤에도 그 길을 계속 오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요, 바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꼭 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아도 살 수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저만 그렇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안부전화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참 어렵습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좀 어색해하는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는 참 많은 생각이 들지요. 내 전화가 이렇게 어색할 만큼 내가 이 친구에게 소홀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해보니, 그렇게 좀 어색한 듯 한 안부 전화를 두세 번 하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지더군요. 처음엔 갑자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던 친구도 나중엔 먼저 전화나 문자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TV에서 봤는데 너 면도 좀 깨끗하게 하고 다녀라’ 그런 내용으로 말입니다.
웃으며 다가가기와 어색해도 먼저 전화하기, 제가 배우고 나름 실천하려고 애쓰는 소통의 방법은 이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제가 꼭 배우고 싶은 소통의 방법 하나가 더 있습니다.
지난 연말 저는 방송 3사의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수상자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제가 굳이 참석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난해나 그 지난해에 제가 상을 받을 때 기꺼이 박수를 쳐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 모든 사람들이 상을 받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잔칫집에 놀러가서 잔칫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나도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달까요. 하지만 마지막에 열린 SBS의 시상식장에는 쉽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방송국들과는 달리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딱히 없었던 터라, 제가 앉을 자리나 있을지도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지요.
내심 가지 말아야하나 조금씩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을 때 유재석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뭐하냐?” 그렇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저도 그냥 웃으며 그랬습니다. “메뚜기 상받는 거 구경하러 가려고요!” 아마도 재석이형은 이틀 내내 상도 못 받으면서 멀뚱히 앉아 박수만 치고 있는 제가 안쓰러웠나봅니다.
사실 재석이형은 그날 대상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제게 전화를 했을 때는 생방송이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형은 어떻게 그 시간에 저를 생각했을까요? 형이 제게 한 말은 “뭐하냐?”뿐이었지만 그건 정말이지 그 며칠간의 제 복잡한 모든 심정을 다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또한 모른 척 해주는 한 마디였습니다. 이래서 유재석이구나, 이래서 모든 사람이 재석이형과는 다 통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저는 그날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 ‘그렇게 알게 된 사람과 계속 마음을 주고받는 것’ ‘상대가 내게 요구하지 않는 마음까지 알아서 이해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제가 생각하는 소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게는 여전히 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어려운 일일 테니 앉아서 누군가가 내게 그렇게 다가와주길 기다려서는 안 되겠지요. 혹시 어디에서 만난 제가 바보처럼 웃으며 인사를 해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제가 정신을 살짝 놓은 것도 여러분의 얼굴에 밥풀이 묻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소통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ㆍ“계산하지 않는 웃음·관심·이해 어렵지만 노력하고 싶은 세가지”
소통이라는 주제를 받아들고 나니 제일 먼저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불교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보시 중에는 남을 겁주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도 있다고 하지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보시라고까지 말할까 싶지만 사실 살아가면서 제가 다른 이들을 대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웃는 얼굴로 다가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참 못난 행동이었지만 때론 자신감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다가간 적도 있고, 때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흔히 ‘기싸움’이라고 하는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고, 너무 친한 척 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일부러 딱딱한 말을 써가며 거리를 두려고 한 적도 있으니까요.
사실 제가 만난 아이들처럼 제가 만난 어른들 대부분도 저에 대해 어쩌면 아무런 선입견도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제가 그 선입견을 굳히거나 편견을 만들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가 저 사람으로부터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오해할 수 있을 거라는 의심도 하지 않는, 아무런 계산이 들어있지 않은 웃음이야말로 누군가와 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던 걸 저는 모르고 살았던 거지요.
물론 그렇게 웃으며 다가가 마음을 오가는 길을 터놓은 뒤에도 그 길을 계속 오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요, 바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꼭 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아도 살 수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저만 그렇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안부전화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참 어렵습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좀 어색해하는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는 참 많은 생각이 들지요. 내 전화가 이렇게 어색할 만큼 내가 이 친구에게 소홀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해보니, 그렇게 좀 어색한 듯 한 안부 전화를 두세 번 하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지더군요. 처음엔 갑자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던 친구도 나중엔 먼저 전화나 문자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TV에서 봤는데 너 면도 좀 깨끗하게 하고 다녀라’ 그런 내용으로 말입니다.
웃으며 다가가기와 어색해도 먼저 전화하기, 제가 배우고 나름 실천하려고 애쓰는 소통의 방법은 이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여기 제가 꼭 배우고 싶은 소통의 방법 하나가 더 있습니다.
지난 연말 저는 방송 3사의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수상자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제가 굳이 참석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난해나 그 지난해에 제가 상을 받을 때 기꺼이 박수를 쳐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 모든 사람들이 상을 받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잔칫집에 놀러가서 잔칫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나도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달까요. 하지만 마지막에 열린 SBS의 시상식장에는 쉽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방송국들과는 달리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딱히 없었던 터라, 제가 앉을 자리나 있을지도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지요.
내심 가지 말아야하나 조금씩 마음이 움츠러들고 있을 때 유재석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뭐하냐?” 그렇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저도 그냥 웃으며 그랬습니다. “메뚜기 상받는 거 구경하러 가려고요!” 아마도 재석이형은 이틀 내내 상도 못 받으면서 멀뚱히 앉아 박수만 치고 있는 제가 안쓰러웠나봅니다.
사실 재석이형은 그날 대상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제게 전화를 했을 때는 생방송이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형은 어떻게 그 시간에 저를 생각했을까요? 형이 제게 한 말은 “뭐하냐?”뿐이었지만 그건 정말이지 그 며칠간의 제 복잡한 모든 심정을 다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또한 모른 척 해주는 한 마디였습니다. 이래서 유재석이구나, 이래서 모든 사람이 재석이형과는 다 통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저는 그날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 ‘그렇게 알게 된 사람과 계속 마음을 주고받는 것’ ‘상대가 내게 요구하지 않는 마음까지 알아서 이해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제가 생각하는 소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게는 여전히 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어려운 일일 테니 앉아서 누군가가 내게 그렇게 다가와주길 기다려서는 안 되겠지요. 혹시 어디에서 만난 제가 바보처럼 웃으며 인사를 해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제가 정신을 살짝 놓은 것도 여러분의 얼굴에 밥풀이 묻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소통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