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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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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은주 작성일2011.07.06 조회4,445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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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이던가요?
완사 장날 텃밭에 심을 모종을 사러 갔었지요.
작은 포터에 담긴 파릇파릇 연푸른 잎들의 모종이 보기에도 참 싱그러웠습니다.
고추, 방울토마토, 오이모종을 사고...
그 많은 모종들 중에 달랑 세 종류만 사서 오려니 웬지 허전해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그라모 이것도 갖고가서 한번 심어보든지...'
'뭔데예"'
'브로콜리"
"에게? 이게 브로콜리라구요? ..."
"이게 크면 요 가지 사이에서 브로콜리가 요래 나온다 아이가"
'그래요? 똑 케일처럼 생겼거만"
난생 처음 보는 브로콜리가 신기해서,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많이도 못사고
딱 4포기만 사다 심었습니다.

저 케일이 브로콜리라고? 설마..... 반쯤은 믿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반쯤은 난생처음 블로콜리를 직접 따 볼 수 있을거라는 설레임에 기다리는데....
브로콜리는 열리지 않고 케일 이파리만 점점 무성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이파리 따서 쌈이나 싸 먹고 말까?
아니야, 브로콜리라니까 기다려봐야지.
텃밭 한켠에 자라는 케일같은 브로콜리를 볼 때마다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그 케일 이파리는 점점 커지더니, 브로콜리는 달리지 않고 이파리만
먹지 못할정도로 세지고, 급기야는 벌레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내가 그 아줌마 말을 믿는게 아니었어. 브로콜리는 뭔 브로콜리'
'니는 브로콜리가 아니야, 니는 케일이야'
애먼 브로콜리에게 구박을 주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오늘,,,
텃밭을 둘러보는데...
세상에나.... 열렸어요. 브로콜리가....
아줌마 말씀처럼 줄기 사이에 브로콜리가 달렸어요.

아줌마,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못 믿어서 죄송해요.
가끔씩은 원망까지 해서 진짜 죄송해요.
얼굴도 모르는 아줌마,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드릴 수도 없고, 진짜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전문가 아줌마의 말씀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 자신만 믿어서 죄송해요.
흙을 일구고 텃밭을 다듬으면서도
제 마음은 일구지 못하고 제 자만심은 다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댓글목록

우와~님의 댓글

우와~ 작성일

우와우와~
진짜 브로콜리가 열리네....^O^
난생 처음 보는 브로콜리!

음.... 저도 지송해요....
옆에서  '저거 브로콜리 아닌 거 같은데....' 했거던요.

앞자리님의 댓글

앞자리 작성일

못 믿고 원망하던 속 마음, 누가 보지도 듣지도 않았지만..
혼자서 사죄하고 반성하며 마음의 밭을 일궈가는 사람들....
팔이 너무 안으로 굽나요??? 굽다 못해 돌돌 말렸나요??? 호

에구님의 댓글

에구 작성일

나는 저것이 케일이라고 아예 작은 잎 몇개 따서 상추랑 쌈 싸 먹었는디... 우짜노? 나도 반성 ㅋㅋ

브로콜리 너마저님의 댓글

브로콜리 너마저 작성일

브로콜리는... 꽃이었네요.
맞아요.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려면
잎사귀가 무성히 자라고 나서도 한참을
차분히... 참고 기다려야 했는데..
은주언니에게는 땡큐, 제 자신에게는 반성하는 마음에 한 손 들어야겠어요... ^^;

서울오빠님의 댓글

서울오빠 작성일

우리 은주 맘이 참 이쁘다 (생긴거랑 다르게..ㅋㅋㅋ)

완사동생님의 댓글

완사동생 작성일

옵퐈아~~~
생긴거랑 다르다니요?
그 무슨 지당하신 말씀을 ㅋㅋ..
(저 속 좁은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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