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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4일 오후 서울 신설동 주식회사 대상 앞에서 'GMO 옥수수 수입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 장윤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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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식량난에서 국민식탁을 평안케 하려면 GMO 옥수수는 선택 아닌 필수다. 산업 전반의 기초소재인 전분당이 원료사정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 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GMO 옥수수를 사용키로 했다." - 주식회사 삼양제넥스
"국내외 곡물수급환경이 열악하다. NON-GMO 옥수수를 계속 쓰면 대다수 식품회사는 공장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러면 식품산업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GMO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 제품에 GMO표시를 하면 소비자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 대상(주)
"전분-전분당 원료로 쓰는 옥수수가 최근 바이오에탄올용 수요급증으로 가격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NON-GMO 옥수수 조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국내 수입될 GMO 옥수수는 이미 미국과 일본 선진국이 사용 중이다." - 주식회사 신동방CP(CJ계열)
오는 5월 GMO 옥수수 5만 톤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방침을 철회하라는 환경․소비자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관련 식품기업들이 '생산중단', '물가급등', '식량안보' 등의 이유를 대며 'GMO 농산물의 수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피력하고 나섰다.
민족 고유식품 고추장에도 유전자조작옥수수 첨가
순창고추장·청정원·감치미·미원 등을 생산 중인 주식회사 대상은 지난 3일 서울환경운동연합에 공문을 보내 "바이오에탄올 등 세계적인 바이오에너지 개발바람과 중국·인도의 경제적 발전으로 인한 수요급등으로 국제 옥수수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NON-GMO 옥수수는 수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열악한 사정을 전했다.
이어 대상 측은 "불안정한 옥수수 수급사정은 앞으로 장기화할 전망"이라며 "식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옥수수가격이 계속 올라 수급이 불가능해지면 '가공식품 생산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고 비관했다.
세계 곡물시장이 심각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소비자·환경단체들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면서 GMO 옥수수의 수입을 반대하면 결과적으로 국내 식품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 물가급등으로 연결돼 서민생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또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GMO 옥수수를 갖고 문제제기만 하지 말고, 차라리 장기적인 '식량안보대책'을 수립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고민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 곡물가 파동 앞에서 '식량안보' 대의에 수긍한다면 잠자코 있으라는 얘기다.
CJ 계열사로 옥수수전분·고과당·물엿·포도당·카라멜 등 과자나 사탕, 음료수 구성성분을 생산해온 신동방CP도 같은 날짜 공문을 통해 똑같은 논리를 폈다. 큐원 빵·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양제넥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갑작스러운 국제 옥수수가격 폭등으로 1톤당 100달러씩이나 더 주고 NON-GMO 옥수수를 사올 수 없기 때문에, 식품안전성이 입증된 GMO 옥수수를 들여와 과자나 빵, 사탕과 요구르트 등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 "국민이 마루타냐, 식품업체 협박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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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런볼과 콘칩, 썬칩 등 낯익은 과자들이다. 5월부터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원료로 아이들이 즐겨 찾는 과자와 음료수, 빵 등의 가공식품을 생산한다는 업체의 입장이 드러나 시민단체들이 반대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장윤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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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소비자단체들은 "국민을 마루타로 삼으려고 하느냐"며 "당장 수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해당기업의 모든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서울환경연합·소비자시민모임·한국YMCA전국연맹 등 '유전자조작 식품을 우려하는 시민모임' 회원 50여명은 4일 오후 서울 신설동 주식회사 대상 앞으로 몰려가 춘삼월의 함박눈을 맞으며 'GMO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 자신을 소개한 서울환경연합 오성희씨는 "우리 애들이 자주 찾는 팝콘전량이 GMO 옥수수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기겁했다"며 "우리 밥상에 GMO 농산물이 올라온다는 것은 아이들과 후세대의 건강권을 위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씨는 "식약청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GMO성분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GMO 옥수수가 아니면 기업이 식품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소비자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서울대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을 생각해보라"며 "미래 아이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GMO 농산물의 수입을 이대로 앉아서 수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식품회사들이 기업논리만을 앞세우며 GMO 옥수수 수입을 강행하면 해당 회사의 모든 제품에 대해 전 국민적인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GMO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모든 제품을 먹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윤리정신 역행하나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식품원료는 먹을거리를 통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어떤 것보다 이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식품업체들이 원료수입의 어려움과 원가상승이라는 경제적 이유만 내세우고 안전한 식품생산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 논란이 크게 제기됐음에도 해당기업들은 아직도 NON-GMO 원료수급계획과 소비자 안전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처사는 기업의 윤리적 정신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GMO 옥수수 수입의사를 밝힌 대상과 신동방CP, 두산CPK, 삼양제넥스가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곧장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게 국내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를 유럽 수준으로 강화하고,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 대책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식품업체와 정부의 책임 있는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항의집회와 모니터링, 면담, 불매운동을 꾸준히 벌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