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소극장 연극을 보러 나섰다. 이서분(42·창원 대방동) 씨와 김효영(13) 양이 연극 <마요네즈>(창원 극단 미소·연출 천영훈·원작 전혜성)를 보려고 지난 7일 창원 명서동 '연극사랑 창원아트홀'을 찾았다.
원작인 장편 소설 <마요네즈>는 어머니와 딸의 갈등 섞인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가족의 관계를 다시금 엿봤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두 사람의 주말 저녁 외출에 동행했다. 연극을 보면서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이서분 씨와 딸 김효영 양
-재미있게 봤나.
△엄마(이서분): '창원아트홀'이란 소극장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깨지는 느낌 없이 흐름이 매끄러웠고, 완성도가 있었던 같다.
△딸(김효영): 극 중 아줌마(어머니)가 우리 엄마와 닮았다고 느꼈어요.
△엄마: 어떤 부분이 엄마를 닮았어?
△딸: 원하는 걸 하고 싶어 하는 게….
-인상적인 대목은.
△엄마: "니도 니 같은 딸 한 번 낳아봐라!"라는 엄마의 말이다. 딸에겐 "엄마는 왜 그러는데?" 하는 말일 거다. 별 뜻 없이 내뱉지만, 내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딸에겐 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하게 되더라.
△딸: (연극에서) 엄마와 딸이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게 후련했어요.
-자신들과 극 중 엄마와 딸을 비교한다면.
△엄마: 극 중 어머니와 딸은 참 많이 싸운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대화에 신경 써야 한다. 싸우거나 오해하는 건 모두 대화가 부족해서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건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딸: 우리는 가족끼리 대화가 많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애들은 고민 있어도 거의 이야기 안 하고, 그러다가 부모가 점점 싫어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대화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엄마: 극 중 어머니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그러게 의대나 약대를 가지 그랬어~"다. '어떤 대학이나 직장을 가야 해'라는 건 부모 욕심이다. 대부분 나의 만족을 위해서다. 곧 보상심리이자 자식의 희생일 것이다. 연극에서도 부모가 못한 한을 풀어달라는데, 이게 딸에게 역효과를 낸 듯했다. 실은 딸이 초등학교 졸업인데,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할 계획이다. '어떻게 뭘 먹고사느냐?' 이전에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행복하려면 많은 경험을 하고, 훗날 목표를 찾는다면 또 다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딸: 학교에서 친구와 경쟁하는 게 제일 싫었어요. 더 많이 배우고 싶기도 했고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혼자 여행도 못하는데, 독립심을 키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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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요네즈> 출연진과 함께 한 이서분 씨와 딸 김효영 양. /이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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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갈등·관계 큰 공감
-꿈이 있다면.
△딸: 계속 바뀌고 있지만, 사회복지사나 심리학자가 꿈이에요. 무시 받는 사람들 도와주고 싶고, 심리를 알아보면서 치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극 속 어머니나 딸의 심리도 마찬가지였어요. 서로 생각하는 맘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심리도 알아보고 싶어요.
△엄마: 창원큰들 정기공연에서 나는 모둠북, 딸은 꽹과리를 연주한 적이 있다. 매년 밀양연극촌 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극도 보고 있다. 내 나이 60이 되면, 노인극단에서 한번 활동하고 싶다.
<마요네즈>는 오는 15일까지 창원 명서동 대호상가 지하 '연극사랑 창원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목·금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8시. 일요일 오후 5시). 일반 1만 원·청소년 5000원(인터넷·전화 예매). 055-264-5264. 극단미소.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