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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정규직으로 산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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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갱 작성일2009.04.07 조회2,732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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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원을 제꼈다. 일주일에 3번 가는 학원을 어제도 못가고 오늘도 못갔다.

이제 겨우 화요일인데 월요일부터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기사 고등학교때부터 공장을 댕겼으니 올해로 21년짼데 몸이 여태껏 버티는것만으로 다행이지싶다.

나는 평발이다. 선천적인 결함(?)을 어쩌랴마는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서일한다. 원래는 앉아서 하던 일을 10년전부터 서서 일하게끔 작업환경을 바꾸었다.

서서 일하는것이 앉아서 일하는것 보다 몸에 좋다는 명분을 내걸고 작업현장은 순식간에 바뀌었고 여태 서서 일하고 있다.

손만 거의 움직이는 일을 서서 그것도 8시간을 꼬박 서 있으면 퇴근길에는 입에서 단내가 나고 정신이 멍하다.

평발은 더더욱 서 있기가 힘들지만 만삭인 임산부도 서서 일하는데 평발이 무슨 대수라고.

10여년을 서 있어도 다른건 이골이 날만도 하지만 서 있는건 여전히 힘들고 대다.

아침부터 뻐근한 다리는 퇴근길에는 완전히 뻣뻣하고 묵직하니 뒷꿈치가 아리고 이건 내 살점이 아닌것같다. 통증이 특히 심한날은 일하면서 내내 “느기미 씨벌~ 참말로 묵고살기 힘드네”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옆에서 일하는 미자한테 에이* 같은 세상! 맞제? 이말 한마디하며 서로 씩 웃고 만다.

8시간 서있기도 힘든데 무슨 학원이냐고?

회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한지 3년째이다. 한때는 4천여명의 직원이 올해까지 3번의 명퇴로 500여명정도 축소되었다. 그래서 먼훗날 밥법이할 대안으로 내 적성에 맞는 학원을 다니고 있다.

말이 명퇴지 정리해고나 다름없다. 나 같이 찍힌년(?)은 항상 정리 대상이지만  아직까지 독하게 잘 버티고 있다.

서서 일하는것도 징글징글맞고 마음 기댈 벗들도 다 현장을 떠났는데 난 이번에도 계장과 과장의 협박에도 더 오기가 생겨 독하게 버텼다.

가장 큰 이유는 딱히 지금 나가서 밥벌이할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까. 지금도 실업자들이 수두룩한데 나가서 어쩌라고.(나쁜놈들 ! 담에 또 건드리면 캭 물어뿔끼다.)

그러나 그 대안이 생길때 난 사직서를 쓸수 있을까? 많이 망설여질것 같다.

예전처럼 공장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겠다는 확실한 신념이 있는건 더더욱 아니다.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치떨리는 공장이지만 내 청춘이 녹아있고 평생을 함께 할 벗들을 만나게 해 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굳이 명분을 붙이자면 요즘 대학을 나와도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이 시대에 한달에 80만원도 안되는 돈 때문에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볼때면 차마 내 자리 박차고 나가는것이 죄(?)짓는 기분이 든다.

또 70이 넘은 나이에도 열손가락 마디마디 관절이 툭툭 불거진 손으로 농사를 짓는 엄마를 생각하며 내가 여기서 버텨야지 엄마한테 매달 10만원씩 용돈이라도 드릴수 있지.

그래서 오늘도 독하게 버팅기기를 한다.

우리회사는 소위 승급제가 있다(인센티브제). 근데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다.  나 같이 찍힌 사람은 승급을 잘 시켜주지 않는다.  만 17년차인데 겨우 세금떼고 110만원 조금 넘으니까. 그나마 보너스가 있으니까 먹고 산다. 그래도 비정규직보다는 나으니까 하며 쓴 웃음지으며 위안을 삼는다.

수출자유지역에서 가장 큰 회사고 흑자도 많이 났지만 IMF이후 몇차례의 임금동결에다가

이젠 명퇴까지. 오늘도 김 계장은 말한다. 회사가 어렵고 생산성을 더 높여야 우리가 산다고. 그리고 우리회사만큼 이리 괜찮은 작업환경이 잘 없다고 . 다른데는 정말 힘들다고.

맞습니다. 맞고요. 앞에 일하는 영숙언니도 한마디 한다. 안짤리고 계속 다닐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그래 언냐 안짤리는 것만 해도 오데고! 맞다. 맞어.(영숙언니는 어깨가 아파서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만 17년차에 110여만원 월급에 하루에 8시간을 꼬박 서있어도 안 짤리는기 오데고. 그라고 내 친구 현성이처럼 일하다 손가락이 잘릴만큼 위험한 작업환경은 아니니까. 다행이제.

하루종일 몸에 뻬인 납 냄새에  두 다리는 퉁퉁 붓고 아프고, 뒷꿈치는 아리고 이제 화요일인데 아직 3일을 더 버텨야 되는데.

그래, 직장이 있는것만으로 오데고. 그런데 느기미 씨벌~묵고 사는기 와 이렇노!

댓글목록

김혜정님의 댓글

김혜정 작성일

미경씨 화이팅!!
17년전이나 지금이나 노동현장은 변함이 없네요. 아니 더 악화된것도 같고...
참 서글픈 나라예요.
17년전, 콘베어밸트 돌아가는 공장에서 움직이는 밸트따라 동동거리며 드릴질(^^)했던 기억.... 손에 잡히지 않는 부품들을 핀셋으로 집어 작업하느라 눈 시렸던 기억....  잔업,철야,특근에 20살 청춘이 피지도 못하고 마모되어 가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게되네요. 이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짜안-- 조금 쓰라려요.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미경씨 무척 강하고 낙천적인것 같아 참 좋아요.^^.

큰들사람들은 하루 평균 작게는(애 키우는 엄마들) 7시간, 많게는(요즘의 극단)15시간 넘게 일하는데...히히^^... 월급이랄것도 없는데... 휴일도 없고 일욜도 잘 못지키고... 수당도 없고 보너스도 없는데.... ㅎㅎ...(넘들이 들으모 뭐라할랑가) ㅎ ㅎ ㅎ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누리는 자유와 행복
그 기준과 가치, 수치 들은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주절 주절거렸네요.
담에 봐요~^^~

자투리님의 댓글

자투리 작성일

미갱씨 힘내세요.홧팅!!

실님의 댓글

작성일

언니 글 보고 뭐라 답글을 달고 싶어 클릭을 했는데...
한동안 그냥 컴만 바라보고 있네요...
그냥 "화이링~" 이라는 말 밖에..

미니님의 댓글

미니 작성일

언니..사랑해~^^

정경님의 댓글

정경 작성일

......  보고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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