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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갱 작성일2009.05.10 조회2,82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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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이번주는 3일만 일을 했는데도 20여년 노동에 인이 박혀 어김없이 금요일을 내 몸은 안다. 퇴근후 쓰러져 멍하니 있다가 의식적으로 저녁을 먹고 퍼뜩 생각이 나 의무감으로 전화를 한다. 어버이날 이니까. 자식이란 어쩔수 없나보다.

몇마디 머뭇거리다가 “내 키운다고 욕 봤제? 여태까지 키워줘서 너무 고맙데이” 쑥스럽게 한마디 건낸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내가 뭘, 니 한테는 할말이 없다” “뭘, 엄마가 여태 나 키워줘서 고맙지. 고마워” 히죽 “그래, 알것다”

“갱아! 내 머리가 자꾸 빠진다. 머리도 와이리 아프노” 저번주에 본 엄마 머리가 갑자기 떠오른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고 감을때마다 자꾸 빠지는 머리.

예전에도 한번 그런적이 있었다. 백혈병 환자처럼 다 빠지고 병원을 몇 달 다닌후에 머리가 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또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사람 됨됨이도 문디 개뼈다귀 같은 영감 때문에 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나이 먹어도 안 바뀌는 사람은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안 바뀐다더니 그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신경 고만쓰고 영감 난리치모 집을 나와뿔든가 확 박아뿌든가 하이소. 그만큼 살았으모 그리 해도 된다 아이가 ”  “거기 그리 쉽나?... 그래 알것다”

당신의 듬성듬성한 머리에 내가 가장 큰 죄인인것 같아서 자꾸만 목이 메인다.

내가, 가수나 니 키운다고 얼메나 고생했는데. 우유 살 돈이 없어서 쑥캐서 우유 사 멕이고 없는 돈에 그래도 이유식이라고 찹쌀가루도 멕였는데. 니 아니였으모 더 좋은 조건으로 재혼했을낀데... 그리 윽박이라도 지르면 내가 덜 미안하련만 자꾸만 당신은 나를 죄인으로 만드신다.

한많은 세월에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을 당신의 번뇌를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냐마는 지금이라도 조금씩 퍼낼수밖에. 그래서 자꾸만 내가 말이 많아진다.

그러나 정작 해야 될 말, “엄마, 사랑해요” 이번에는 작정하고 해야지 했는데 입안에서 맴돌다 말았다. 내게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채.

오늘도 자꾸만 엄마의 듬성듬성 빠진 머리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엄마! 다음 생에는 꼭 , 정말 꼭, 내 딸로 태어나소서. 그래서 내가 진 빚을 다 갚을수있게 해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많이 많이

댓글목록

혜랑님의 댓글

혜랑 작성일

짠하네요....
어버이날 부모님한테 "여태까지 키워줘서 고맙다고" 말 못했는데 담에는 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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