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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을 하던 중 건물앞에서 대기하던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으로부터 "직원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 "위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그걸 왜 나한테 따지나" "유인촌 장관이 초래한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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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김정헌 위원장이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1년 만에 서울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한 1일 아침.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위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전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길을 막아선 이는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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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을 시도하자, 건물앞에서 대기하던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과 직원들이 건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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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달갑지 않은 질문을 받은 김 위원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몰라서 묻는 겁니까?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서 정상 출근하는 겁니다."
이때부터 복귀하는 김 위원장과 윤 사무처장은 길거리 논쟁이 시작됐다.
윤 사무처장 "모릅니다. 저는 아무 소식도 못 들었습니다."
김 위원장 "아니, 그걸 왜 몰라요?"
윤 사무처장 "모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
윤 사무처장 "문광부에서 상고를 한 걸로 아는데요?"
김 위원장 "상고와 상관 없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윤 사무처장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윤 사무처장 "현재는 오광수 위원장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 "알고 있어요. 나도 위원장이니까 집무를 봐야겠습니다!"
윤 사무처장 "그렇게 하면 업무방해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표정이 더욱 굳은 김 위원장. 목소리도 다소 높아졌다.
김 위원장 "당신이 그런 이야기 할 필요 없어요! 내가 알아서 하니까. 이거 지금 문광부 지시 받아서 하는 겁니까?"
윤 사무처장 "아닙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알아서 하는 일입니다."
김 위원장 "어쨌든, 나는 위원장으로 업무 지시를 하러 왔으니까...."
윤 사무처장 "아직 공주대 교수 근무하고 계시죠? 공무원은 겸직 안 되는 걸로 아는데요."
김 위원장 "휴직계 냈습니다."
윤 사무처장 "아직 처리가 안 됐잖습니까? 그거 법적으로 문제 생길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별걸 다 걱정하고 그럽니까!"
이때부터 윤 사무처장도 작정한 듯 김 위원장에게 따졌다.
윤 사무처장 "아니, 한 때 위원장으로 계셨던 분이 왜 직원들을 힘들게 합니까?"
김 위원장 "내가 힘들게 했어요? 유인촌 장관이 불법으로 일을 처리해 생긴 일 아닙니까! 한 조직에 위원장이 두 명이 있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직원들이 고생 많겠네요. 미안하지만 내 책임이 아닙니다!"
윤 사무처장 "조직이 망가지는 걸 꼭 지켜봐야겠습니까?"
김 위원장의 눈이 떨렸다. 김 위원장도 작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김 위원장 "유인촌 장관에게 물어보세요! 유 장관이 일으킨 일을 왜 나한테 책임을 묻습니까?"
윤 사무처장 "지금 문화예술계가 전부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문화예술위가 전국민 앞에서 우스운 꼴이 됐어요!"
김 위원장 "이봐요! 당신들 이렇게 유인촌 장관이나 문광부에 따져봤습니까! 왜 그렇게 '깡'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닙니까!"
김 위원장은 '호통'을 쳤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쨌든 나는 법이 명령한 대로 할 뿐이고, 업무를 보겠다"며 "내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길을 막았던 윤 사무처장은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 놨다"며 문화예술위원회 바로 옆 아르코미술관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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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내고 출근을 시도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실로 가지 못한 채 위원회가 옆 건물에 마련한 '위원장실'로 출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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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위원회 건물 옆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에 별도로 마련된 위원장실로 출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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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3층에 있던 미술관장 방은 김 위원장 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박상언 문화예술위 정책기획실장은 "어제(1월 31일) 급하게 방을 만들었다"며 "두 위원장을 모시게 됐는데, 이런 일을 처음 겪어 혼란스럽다"고 난처한 생각을 밝혔다.
자신의 새 집무실로 들어가기 전 김 위원장은 "지금 계시는 오광수 위원장과는 따로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다"며 "한 지붕 두 위원장 체제가 됐는데, 요일제로 서로 나눠가며 업무를 봐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쓰게 웃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단호하게 "지금 문화예술계가 망신을 당했다고 나한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한테 묻지 말라"며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인촌 장관 밖에 없고, 그가 빨리 이 문제를 풀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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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위원회 건물 옆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에 별도로 마련된 위원장실로 출근한 가운데, 김 위원장에게 "직원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말했던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이 위원장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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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집무실 책상에 앉은 김 위원장은 박상언 정책기획실장에게 빠른 시일 안에 직원 조회를 개최할 것과 문광부에서 온 공문 몇 각종 회의록을 가져올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첫 업무를 시작할 때 길을 막았던 윤 사무처장은 밖에서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하는데, 우리 조직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며 "모든 조직원이 노심초사하고 있고, 국가적인 예술지원정책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윤 사무처장은 "업무보고 등 김 위원장이 원하면 모든 걸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첫 업무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과 모레는 휴가로 처리하고 목요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고, 앞으로 계속 출근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받은 정신적, 인격적 피해에 대해서 손배해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나의 출근과 정상적인 업무 자체는, 유인촌 장관의 해임 조치가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나는 (출근 시작과 업무 시작에 대해서) 긍지를 갖고 있다,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사람들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