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에 아침저녁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비도 많이오고 뜨겁기도 했던
지난 여름 내내
텃밭 옆에 있는 오래된 헛간 지붕을 덮고 올라가는 박덩쿨이 어찌나 기세 등등한지..
저녁무렵이면 흰꽃이 장관을 이루었지요.
오늘은 둥그런 박을 몇개 따와서 맛있는 저녁반찬으로 해먹었습니다.
하얀 박을 보니,
저는 별로 한일도 없이 봄. 여름. 가을이 밥상 위에 모두 펼쳐지는 느낌이라서..
괜히 송구스럽고 그랬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바뀌니, 초보 농사꾼은 처음해보는 배추농사가 걱정반 기대반입니다.
추석 직전에서야 겨우 심어놓은 배추...
하필이면 일찍 심은데다가 물도 많이 주어서 벌써부터 초대형 배추가 기대되는
아랫집 배추를 보면
기가 팍, 죽어있다가도..
따끈한 가을햇살에 반들거리는 우리 배추들 잎사귀를 보며 한시름 놓습니다.
어쨌거나, 일단 옆에가서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
우리 같이 잘해보자고,
조금 힘들더라도 끝까지 같이 가보자고.
내가 늦게 심어서 미안, 내가 제때 물을 못줘서 미안.
지나간 보름보다 앞으로 남은 두달동안 더 살뜰하게 지내자..
한낮의 햇빛아래 힘들어하는 어린 배추를 보며 마음속으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벌레들이 유난히 좋아라하는 배추.
벌써부터 구멍이 숭숭한데... 어쩔까...
맛있는 유기농 배추를 몇해째 손수 농사지으시는 어른께 여쭈었더니
목초액에 매실액비를 같이 뿌려주면 벌레도 막고 영양제도 된다고 해서
농약 대신 정기적으로 사용해볼 요량입니다.
며칠전에 한번 사용해보니 숯냄새 매실냄새가 참 좋아서
우리 배추도 맛있게 자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
배추농사는 초기에 한달이 결정적 이라기에
서둘러 물도 주고, 가을에 싹틔운 풀도 뽑아주고 왕겨도 뿌려주고 유난을 떨다가 드는 생각.
다른집들은 주로 하는 농사가 따로있고 김장배추는 곁농사정도 밖에 안되던데...
나는 언제 커서 뒷짐지고 여유있게 논두렁 밭두렁 걸어볼까...
뱁새가 황새 다리 처다보듯... 끝이 안보이네.ㅋㅋ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
처음 해보는 배추농사가 참 신통방통하고 재미가 나니
금새 일어나서 하던일을 후다닥해치우곤 합니다.
절로 신명이 나고
신바람을 일으키는 농사를 지어 세상 사람들과 골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단 생각도 해보구요~
배추밭을 나서면 한눈에 보이는 논.
첫이삭이 눈물겹던 그 논을 한바퀴 휘~ 둘러보며
가을바람을 한아름 안고 돌아오니...
어이좋다 ! 즐겁구나 ~ 행복하구나 ~ 하고, 웃게됩니다. ^_^
그래서. 오늘도 참 좋은 가을날 입니다.

▲ 치렁치렁 늘어진 박 넝쿨 ~ 잎사귀가 너무 무성해서 박은 보이질 않네요 ^^ ;

▲ 배추벌레가 먼저와서 드셔보니, 음~ 맛이 괜찮다고... ㅋ (제발 쪼금만 드시길...ㅠㅠ)

▲ 아 ~~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금들판이, 이제막 시작되는 듯.. ^^

▲ 사천큰들(완사) 사무실 앞 풍경 ! 억새가 꽃을 피우니 가을 느낌이 물씬 ~
가을과 함께 찾아온 비염 주의보 때문에 힘든 단원들은 어찌하오리까,,,,ㅠㅠ 부디 힘내셔요 ~

▲ 마당극 '흥부네' 에서 사용할 대형 그림을 그리는 춘우형~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큰 그림을 슥슥 그릴 수 있는지.. 저는 도화지에 그리는 것도 너무 힘들던데ㅜㅜ..)
해질녘에 드리워진 은행나무 그림자가 또 하나의 그림이 되고, 분위기 조~오타~~ !!


▲ 며칠전에 주워온 밤이랑 수수, 조 이삭들 ~~ 모두들 풍성하고 즐거운 가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