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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에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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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록 작성일2014.02.16 조회4,300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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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텃밭을 어슬렁거리다가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토끼풀처럼 앙증맞게 생긴 완두콩 새싹이었습니다.
이웃집 할머니께서 주신 완두콩 씨앗을 작년 늦가을에 몇개 심어놓았는데
벌써 이렇게 싹을 틔웠네요.
 
겨울에 싹을 틔운 완두콩이 참 대견스러워서
그 앞에 앉아서 한참동안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콩꼬투리 터지듯 줄줄이 따라 나옵니다.
 
저는 강원도와 가까운 경북북부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콩이라고 하면 메주콩이나 검정콩 밖에 모르다가,
쭈글쭈글하게 바싹 마른 콩알이 완두콩 씨앗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정말 신기했지요..
(바닷가의 각종 생선들 만큼이나 남부지방에 자라는 새로운 작물들도 어찌나 많은지....)
 
완두콩은 풋풋할 때 따서 먹어야 하는 것을 모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다가,
노랗게 익어서 딱딱해져 버린 완두콩은 다시 이듬해 씨앗으로 저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돌맹이처럼 단단해진 완두콩을 들고서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이가 노랗게 익어서 노각이 될때까지 기다린 것과 같았던 것이지요..
잘 모르는 것이 많은 초보농부라 부끄러운 실수가 정말 많습니다.. 허허 ~~^^;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역에 따라. 기후에 따라
일상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가 다르고, 재배방법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은
미리미리 어르신들에게 물어보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도요..
 
농사를 짓는 것은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 삶을 하나로 엮어내는 마법같은 것이기에,
 
심어야 할 '때"와 거두어야 할 '때'를 놓치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때 그 때 잘 하면 가장 좋고~~~
혹시 잘못되더라도 다시 기다리고, 잘 가다듬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것~
농사 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살림살이도 그러하다는 것을 ...
완두콩 새싹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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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담쟁이님의 댓글

담쟁이 작성일

음...완두콩 새싹은 이렇게 생겼구나..
어릴적 그림책에서 본 것도 같고..^^
서울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특히나 뭘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초보농사꾼 덕분에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같아서 참 좋고 고마워!!

고운님의 댓글

고운 작성일

심어야할 때와 거두어야할 때를 잘 챙겨야한다는 거
사람살이도 그러하다는거 아침에 글 읽으며 마음이 찡합니다
나는 놓치고 있는게 없는지 지금 당장 눈앞에 것만 보여서 진정 뿌리고 거두어야할 것을 잊고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자기를 한번더 들여다봐야겠네요~~~

하늘님의 댓글

하늘 작성일

'혹시 잘못되더라도 다시 기다리고, 잘 가다듬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것~'
이말이 참 좋네요~~^^
지금 당장은 실패한듯 보이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기다리면 다음에 또 기회가,
회복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걸~~ 요즘 조금씩 느낍니다^^

햇살님의 댓글

햇살 작성일

초록님 덕분에 완두콩 싹도 보고.. 나중에 파란 완두콩을 내 손으로 만지게 될때 이 글이 생각날것 같아요. ^^

비아님의 댓글

비아 작성일

참 잘-된 하얀밥에
파-아란 완두콩
까-만 김에 싸서
간장에 콕 찍어 먹고 싶다

단행님의 댓글

단행 작성일

역시 처녀농사꾼의 글은 참 사람 마음을 풋풋하게 해주네요~^^
초록님~ 사랑해요^^

근데 기냥 궁금한 것이 있는데 완두콩과 강낭콩은 어떤 사이?!^^

바로님의 댓글

바로 작성일

완두콩 하나를 보고도, 복실이와 산책을 하면서도
늘 사색하고 자기만의 교훈을 찾아낼줄 아는 초록님 멋져요^^
덕분에 저도 노랗게 고개내민 산수유도 한번더 보게 되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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